[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요양급여 질 점검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적정성평가 개선을 위한 평가지표 관리를 고민하고 있다.
4대 암, 고혈압, 결핵, 수혈 등 현재 심평원이 운영 중인 적정성평가 항목은 총 34개에 이르며, 각 평가 항목의 지표를 합하면 408개에 달한다.
모든 적정성평가가 연간 단위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1년에 수 백개 지표에 대한 평가 준비를 해야 하는 셈이다.
이 처럼 적정성평가가 양적으로는 늘어남에 따라 제대로 된 관리가 없다면 평가 효율성 및 타당성이 하락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최근 심사평가연구소가 진행한 요양급여 적정성평가 지표관리 방안에 따르면 일부 적정성평가 지표의 경우 의료 질(質) 개선 성과가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없는 항목도 많다.
예를 들어 연구팀이 폐렴 적정성평가의 지표별 성과 달성 여부를 분석한 결과 항생제 투여율이나 사망률, 재입원율 등은 영국과 미국의 지표관리 방법에 근거해 성과 달성 기준을 충족했지만 항생제 주사 투여일수 중앙값이나 첫 항생제 투여 시간 중앙값과 같은 항목은 성과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급성기뇌졸중 적정성평가에서도 전문인력 구성 여부, 구급차 이용률, 증상발생 후 응급실 도착시간 중앙값 등은 평가를 하더라도 지표 성과를 알기가 어려운 항목이었다.
만성질환 영역도 마찬가지다. 고혈압 적정성 평가의 경우 영국의 지표관리 방법에 견줘 분석하면 성과달성 기준을 충족한 지표가 없었다.
평가를 통한 성과를 알기 힘들다면 해당 지표 또한 사실상 의미가 없어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심평원은 2016년부터 지표생애관리를 통해 일부 지표를 없애거나 모니터링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개선책을 도모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지표생애관리'란 적정성평가 가운데 4차 이상 진행된 항목에 대해 지표검토->분석방법 선정->결과 산출->지표 타당성 검토->지표 관리유형 검토 단계를 거쳐 지표의 유지/개선/모니터링/퇴장 여부를 결정하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각 단계별 기준이나 원칙 부족 및 전문적 지표관리 협의체 부재로 수용이 안 되고 있다"며 "연구 목적에 따라 16개 항목의 117개 지표를 분석한 결과, 지표마다 측정 유형이 다양해 분석 방법론 적용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표별 분석결과를 통해 유의미한 지표를 확인하거나, 지표 유형에 따른 성과달성, 연평균 증가율 등의 변화 패턴을 알기 어려워 지표별 목표 설정 혹은 모니터링 전환 기준을 제시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표 의미와 측정 목적의 불명확성, 지표의 목표 부재, 지표관리 미흡과 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형 지표생애관리 체계를 다시 마련해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구팀은 “특히 향후 가치기반 평가로의 이행과 관련해 현재 측정되고 있는 질 지표를 어떤 방향으로 관리할 것인지 실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지표관리전문가협의체(가칭) 구성을 비롯해 질 지표관리 목적의 명확화, 항목별 평가 주기 관리 원칙 마련, 지표 개발에 관한 객관적 기준 마련, 지표의 목표 설정 등의 과제도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