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한국필립모리스·BAT코리아 등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담배소송 1심에서 패했다. 공단은 즉각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홍기찬 부장판사)는 건보공단이 KT&G·한국필립모리스·BAT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공단은 지난 2014년 담배회사들이 흡연 위험성과 폐해를 은폐 및 왜곡했다는 책임을 물어 국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533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해당 비용은 20갑년(하루평균 담배 소비량*흡연기간), 30년 이상 흡연한 폐암(편평세포, 소세포) 및 후두암(편평세포) 환자의 진료비 가운데 공단 부담금을 산출한 것이다.
지난 6년간 이뤄진 변론에서 공단은 그동안 담배에 함유된 발암 물질과 제조물로써의 결함을 비롯해 담배회사가 이를 고의로 은폐했다는 내용을 주장했다.
담배회사 측은 담배의 유해성 자체는 인정하지만 흡연과 폐암의 개별적 인과관계는 인정되지 않으며, 건보공단이 직접적 손해 주체가 아니므로 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재판부는 담배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흡연을 한 사실과 질병에 걸렸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해서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는 없다”며 “대기오염, 가족력, 과거 병력, 음주, 스트레스, 직업력 등 다양한 요인들이 폐암 발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즉 흡연 기록 외의 다른 위험인자 또한 폐암과 후두암 등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공단이 변론 과정에서 제출한 역학연구결과 자료로는 이것이 완전히 배제됐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 “공단의 급여 지출은 국민건강보험 가입에 따른 보험관계상의 지출로 담배 회사들의 행위와 비용 지출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공단은 즉각 항소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은 “담배 피해에 대한 법적 인정을 받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판결”이라고 밝혔다.
이어 “항소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며 “항소 문제를 포함해 건보공단은 담배 피해를 인정하는 사회적 인식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