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기록 수정여부 확인토록 의료법 개정돼야'
'의변' 이인재 대표 '의료사고, 실체적 진실 접근·규명되도록 노력'
2016.09.20 11:28 댓글쓰기

“진료기록을 고치거나 삭제 또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추가 기재했는지 여부를 환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의료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이하 의변)’의 제5대 대표로 새로 선출된 이인재 변호사(43·사법연수원 31기·법무법인 우성)가 지난 19일 데일리메디와 만나 강조한 말이다.


의변은 의료소송이나 보건의료 관련 형사 및 행정 소송 등을 주로 맡는 전문변호사들이 모인 단체로 올해 창립 9년을 맞았다. 현재 192명의 의료전문변호사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매 월 1회 정기 모임을 갖고 있다.


의변은 창립 초기에는 주로 학술 활동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전문가 단체로서 ‘의료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보건의료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인재 변호사[사진]는 “전문가의 사회적 책무는 실체적인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며 “의변은 메르스나 다나의원 C형 집단감염 사태처럼 국민 건강권과 관련된 공익적 사건에서 의료문제변호인단을 구성해 진상규명을 하는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료사고는 원인 파악이 가장 중요한데 있는 그대로 진료기록이 작성되지 않을 경우 팩트(사실)를 증명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수정, 삭제, 추가 기재 시 전자의무기록(EMR) 상에 기록이 남도록 해야 하고, 환자가 진료기록 원본을 확인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변’은 어떤 단체인지  


의료소송에 관해 열정을 가진 전국 190여명의 의료전문변호사들이 모인 전문가 단체로 2008년 창립됐다. 보건의료분야 10대 판례를 선정 및 논문을 게재, 의료전담재판부 및 검찰과의 간담회, 전문가 초빙 강의, 정례 워크샵, 일본변호사단체와의 국제 교류 등을 진행하는 등 보건의료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의사, 한의사, 약사, 간호사 출신을 비롯해 의료 소송만  10년 이상 담당해온 변호사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반 변호사들이 연수를 받는 전문기관이기도 하다.
 

임기 2년 동안 중점 추진할 사업은 

메르스나 다나의원 C형 집단감염 사태 때 전문가 단체인 의변이 ‘의료문제변호인단’을 구성해 학회, 언론과 협
력했다면 좀 더 정확한 원인 규명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책무는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게 존재 이유다. 국민 건강권과 관련된 공익적 사건에 있어 의료문제변호인단을 꾸려 진상 규명에 힘을 보태고자 한다.


‘의료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활동에도 나설 계획이다. 사회적 취약계층의 경우 의료사고를 당했어도 돈이 없어 의료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 홀로 소송을 해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법률구조제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의료전문변호사가 없기 때문에 과실 입증이 쉽지 않고, 중간에 소송을 그만 두는 경우도 다수다. 취약 계층도 의료 인권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소송 구조사건을 진행하거나 자문을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회원들 협조를 이끌어 내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의료사고 진상 규명에 있어 어려운 점은


의료소송의 핵심은 진료기록인데 진료기록이 있는 사실 그대로 작성되기 어렵다. ‘종현이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떤 의사가 투약 오류를 그대로 기록하겠는가. ‘테이블 데스(수술 중 사망)’가 일어나도 이걸 진료기록에 쓰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누군가 양심선언을 해 줘야 하는 데 쉽지 않다.


진료기록을 수정, 삭제하거나 없는 내용을 추가로 기재하는 경우에도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EMR의 경우 환자가 병원에 진료기록 열람을 요청해 사본을 교부받더라도 처음과 달라진 내용이 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쇄 내용도 달라진다. 누가 몇 번이나 EMR에 접속했는지는 파악할 수 있지만 무엇을 했는지는 기록에 남지 않는다. 국민들은 왜 본인의 의무기록이 수정됐는지를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의료사고의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한 개선책은


의료법을 개정해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할 경우 진료기록 원본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의료사고나 나도 신속하게 진료기록을 확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내용이 수정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EMR 도입 초기의 경우 기록 수정, 삭제, 추가기재가 이뤄질 경우 표시가 됐는데 어느새 이 기능이 사라졌다. 이에 대한 문제를 아무도 제기하지 않는다. 환자가 원 기록을 확인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게 필요하다.


의료사고를 제도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일선 의료현장에서 전공의특별법을 제대로 지키는 게 답이다. 3~4월에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지 말라는 게 환자들 사이에서는 의료사고 예방 수칙으로 통한다. 경험이 미숙한 전공의, 인턴들이 정신없이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전문의에 비해 실수를 할 위험성이 높다. 전공의들이 여유를 가지고 환자를 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전공의특별법은 환자 안전과 직결돼 있다.


의료사고 사례를 의료기관 간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명 ‘종현이 법’으로 불리는 환자안전법이 시행돼 의료기관은 환자안전사고 발생 시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강제성은 없지만 의료인들끼리 사례를 공유하고 있으면 경각심이 생겨 동일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의료소송을 피하기 위해 의사가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의사는 의료사고가 나면 상황을 피하지 말고 환자와 소통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과실이 있을 경우에는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와 배짱이 필요하다. 과실을 은폐 하는듯한 인상을 주면 민사에 그치지 않고 환자가 병원 앞에서 시위를 하거나 형사고소를 하는 등 일이 커질 수 있다.


과실이 없는 불가항력적 의료 사고의 경우에도 도의적으로 사과하면 환자 마음이 누그러진다. 미안하다고 말하면 과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데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악결과가 발생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환자에게 전달하라는 것이다. 환자도 의사에 대해 무조건적인 불신을 갖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니다.

최악의 화해가 최상의 판결보다 낫다. 의료소송은 당사자들이 감당해야 할 고충이 너무 크기 때문에 합의하는 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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