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위급한 어린이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가 높은 문턱 탓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병원들은 정부로부터 소아전문응급센터에 선정되고도 지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결국 자격을 박탈당하는 등 제도가 원활하게 운영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6년 △순천향대천안병원 △분당차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가천대길병원 △계명대동산병원 △울산대병원 △고대안산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등 9곳을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로 선정했다.
하지만 현재 이들 기관 중 순천향대천안병원, 분당차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등 5곳 만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계명대동산병원, 울산대병원, 고대안산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등 4곳은 2019년까지 지정기준을 충족하는 조건으로 선정됐으나 끝내 기준을 채우지 못해 자격이 상실됐다.
현재 운영 중인 기관들도 천신만고 끝에 지정됐다. 실제 순천향대천안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병원들은 지정기준을 충족하는데 적잖은 기일이 소요됐다.
분당차병원은 2017년, 서울아산병원은 2018년, 서울대병원과 가천대길병원은 2020년이 돼서야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로 지정, 운영을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은 문턱이 높은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지정기준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지정조건을 살펴보면 △전문의 2명 이상을 포함한 소아응급환자 전담의 4명 이상 △전년도 응급실 내원 소아청소년 환자수가 1만5000명을 초과하는 경우 전담전문의 1명 추가, 매 1만명마다 소아응급환자 전담전문의 1명을 추가해야 한다.
또한 △소아응급환자 전담간호사 10명 이상 △전년도 응급실 내원 소아청소년 환자수가 1만5000명을 초과하는 경우 전담간호사 3명 추가, 매 5000명마다 소아응급환자 전담간호사 3명을 추가 배치해야 한다.
이 외에도 소아응급환자 전용 중환자실, 입원실, 음압격리병상 등 시설은 물론 장비에 이르기까지 병원들이 갖춰야 할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다.
물론 이러한 기준을 충족시켜 최종 센터로 지정되면 지원금 혜택이 주어진다. 전담전문의 수에 따라 4명 이하는 2억원, 5명은 3억5000만원, 5명 초과시 5억원의 예산을 받는다.
하지만 일선 병원들 입장에서는 인력 충원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응급의료 관련 인력 확보가 어렵다 보니 지정기준을 충족이 가장 애로사항이다.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과장은 “채용을 하고 싶어도 지원자가 없는 실정”이라며 “지정기준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 지나치게 문턱이 높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2021년 예산으로 전년과 동일한 42억원을 편성했지만 국회로부터 회의적인 평가를 받아야 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그동안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지정·운영 현황을 고려할 때 2021년에도 집행 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2020년 예산 집행 현황을 살펴보면 42억원의 예산 중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 23억5000만원, 소아전용응급실에 4억3200만원 등 총 27억8200만원을 지원했다.
42억원 중 33.8%에 해당하는 14억1800만원은 집행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복지부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추가로 지정하기 위해 현재 공모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지정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기관이 지원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