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여건 ↑ 원내감염 ↓' 변화하는 병원계
'환경 바뀌고 원내 환자뿐 아니라 직원 삶의 질·치료 결과에 영향'
2015.11.02 11:00 댓글쓰기

병원 내 사람들의 삶의 질, 환자들의 면역력을 어떻게 키워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외국에서는 이를 ‘치유환경’이라고 얘기한다.”


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 양내원 회장(한양대 건축학부)이 최근 데일리메디와의 만남에서 한 말이다.


양내원 회장은 “고대 그리스는 ‘질환’을 초자연적인 문제로 봤기 때문에 병원도 신전을 중심으로 지어졌다. 이후 원죄, 병원균, 육체 문제 등 질환 인식을 거쳐 전인적 문제로 시각이 이동했고 현재 병원들은 치유와 예방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 이후 병원 환경과 문화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병원들이 ‘치유환경’ 조성을 위해 시도하고 있는 변화들과 이에 따른 효과들을 살펴봤다.


환자들에게 행복한 에너지를 전달하기 위해 빛과 자연을 활용해 병원을 건축하고, ‘색채치료’ 개념을 접목해 환자들의 연령과 질환, 심리상태 등의 요소 등에 따라 병동 내 색채를 적용하는 시도 등이 그 예다.


수술을 받은 환자가 정원이 보이는 병실과 벽돌 벽이 보이는 병실이 있느냐에 따라 환자의 재원 기간과 합병증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 2006년 9월 미국 국립환경건강과학연구원은 “햇빛 부족과 관련된 증후군과 기분장애들을 치료하는데 적외선부터 자외선까지 빛 스펙트럼을 모두 지닌 조명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병원에 햇빛이 충분히 들어올 수 있어야 하고, 형광등이 아니라 자연광을 내는 조명이 사용돼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 메이요클리닉 레슬리 앤드 수전 곤다 빌딩 대기실은 한 벽면이 전면 유리다. 의자를 창가 쪽으로 놓고, 1년 내내 정원에 핀 꽃과 식물을 볼 수 있게 했다.


양내원 회장은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심리적, 정신적인 상태도 치료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선진국에서는 병원 내 환자들의 치유력을 높이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병원 건축과 구조, 인테리어 등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반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호화스러운 병원을 뜻하는 게 결코 아니다.


양내원 회장은 “우리나라는 병상 주변에 방문객, 환자 보호자들이 가져온 각종 물건들이 쌓여있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는데, 선진국은 그렇지 않다”면서 “가령, 병실 내에 선반들이 물건을 올려둘 수 없게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다.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친환경적이고, 친인간적인 병원 내 병실과 병동의 분위기, 쾌적한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어린이환자 거부감 없애는 인테리어


응급실 내 진료구역이 커튼 하나로 구분돼있던 시절도 있었다. 지난 2013년, 서울대학교병원은 소아응급센터를 개소하면서 어린이들을 위한 변화를 시도했다.


보건복지부 ‘2012년 소아전용 응급실 모델구축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후 기존 응급의료센터에서 함께 운영하던 소아응급실을 어린이병원 1층에 확장 이전했다.


295㎡규모로 응급실 공간이 커지면서 커튼으로만 구분돼 있었던 기존 진료구역을 2개의 독립된 진료실로 바꿨다.


관장실, 수유실, 소아전용 소생실 등 목적별로 특화된 구획공간을 새롭게 확보했으며, 어린이 환자들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소아 친화적으로 인테리어를 설계했다.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파스텔톤으로 벽 색깔을 바꿨고, 아이들에게 친근한 캐릭터를 벽과 천장에 배치했다.


명지병원 소아응급센터 출입구와 대기실은 마치 키즈카페를 떠올리게 한다.


출입구는 우주선 모양으로, 치료실 천장에는 잠자리와 꿀벌 모형의 전등을 달아 아이들에게 친숙함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환자 대기실에는 수족관과 도서관도 있다.

 

병원내 환자간 교차감염 방지 총력


병원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원내 감염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드러났듯, 환자 간 교차 감염은 위급상황을 초래하기 일쑤다.


감염 방지 및 관리 설비 구축이 반드시 이뤄져야한다. 원내 공기를 내보내고 계속해서 바깥 공기를 공급하는 환기 시스템도 중요한 요소다.


2000년대 들어 일선 병원들이 도입한 ‘열회수시스템’은 병실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낭비되는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메르스 사태의 중심에 있는 삼성서울병원은 후속대책으로 응급실을 확장하고 음압격리병동을 설치하는 등 병원 인프라 구축을 위해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미 응급실 병상을 1인실화 하는 격벽 설치, 응급실 내 음압격리병상 11실 설치 등이 완료됐으며 응급실 규모를 내년 3월까지 현재의 1.6배 정도로 확장할 예정이다.


별도로 호흡기 감염병 환자 입원 치료를 위한 음압격리병동을 설치해 이 병동 안에 최소 10개 이상 음압격리병상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서울병원 송재훈 前 원장은 “응급실의 11개 음압격리병실과는 별도로 호흡기 감염병 환자의 입원 치료를 위한 음압격리병동을 설치하고, 내년 3월까지 전실(前室)을 갖춘 음압격리병실을 최소 10개 이상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진료 영역별로 구역을 나눠 일반 환자와 감염 환자 동선을 분리하고, 과밀화 해소를 위해 응급실을 방문하는 보호자는 1명으로 제한된다.


병원 내 감염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 모든 병동 입구에는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 밖에 감염내과, 감염소아과 등 감염 진료과와 감염관리실을 통합한 “감염병 대응센터”를 운영하고 병원 감염 관리 수준을 높이기 위한 첨단 모니터링 시스템도 도입한다.


더불어 송 前 원장은 “대형 재난 등 각종 위기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위기 대응 시스템 및 매뉴얼을 완비하고 주기적인 교육과 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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