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응급실 인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어도 응급의료관리료를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응급상태가 아닌 환자가 응급실을 찾았을 때 부담하는 응급의료관리료는 국민건강보험법에 의거해 처분을 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2부(재판장 박상옥)는 최근 충남 소재 A종합병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 환수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2006년 A종합병원은 응급의료법에 의해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2011년부터 관련법이 정하는 전담간호사 인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응급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지역응급의료기관은 응급실에 5명 이상의 전담간호사가 근무해야 한다.
A종합병원은 이같은 인력기준을 지키지 않으면서도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를 상대로 진료를 계속했고, 이에 따른 응급의료관리료를 지급받았다.
이후 건보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에 의거해 A종합병원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응급의료관리료를 지급받았다며 2016~2017년 총 1억7000여만원의 응급의료관리료를 징수 처분했다.
1심과 2심은 건보공단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인력기준을 위반하면서 응급의료관리료를 지급받은 것은 부당한 청구라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환수처분의 근거가 되는 국민건강보험법을 직접적으로 위반하지 않았다면 이같은 처분은 부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병원이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에게 적절한 응급처치를 했다면 비록 인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어도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응급의료관리료 제도의 취지가 진료행위 자체보다는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한 것임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건강보험법은 요양급여에 필요한 적정 인력을 유지할 것을 규정하지만, 이것이 지역응급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응급실 전담간호사 인원수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까지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응급의료법 시행규칙이 정하는 ‘응급실 전담간호사 인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어도 건보법상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면 부당이득 징수를 해야할 공익상 필요성도 없다”며 사건을 원심 법원에 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