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이어 2심도 '의원, 의료사고 손해배상금 징수 정당'
의사 837명 '2만9000명에 8만원 징수 부당' 주장···의료분쟁원 대상 소송 '패(敗)'
2020.05.01 05:4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료분쟁원)의 손해배상금 대불비용 징수는 정당하다는 2심 판결이 나왔다.
 

29일 서울고등법원 6행정부는 임순광 서울시의사회 감사 등 의사 873명이 손해배상금 대불 시행 및 운영방안 공고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의료분쟁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의료분쟁원은 앞서 지난 2018년 “보유하고 있던 대불재원이 모두 소진됐다”며 의료기관으로부터 대불비용 부담액을 징수하겠다고 공고했다.


손해배상금 대불제는 의료사고 피해자에 대해 우선 의료분쟁원이 손해배상액을 대신 지불한 뒤, 나중에 배상책임이 있는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돌려받는 제도다. 도입 당시 보유하고 있던 적립금으로 운영됐으나 의료분쟁건수가 증가하면서 바닥이 난 것이다.


당시 의료분쟁원이 정한 적립목표액은 23억5346만원이었다. 의원급 보건의료기관 개설 운영자 2만9678명에게 7만9300원씩 징수하겠다는 방안이다.


의료계에선 곧 반발이 일었지만 의료분쟁원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의료기관으로부터 대불비용을 징수할 수 있단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의료계와 의료분쟁원의 갈등은 법적 공방으로 이어졌다.

의료계는 "의료사고에 대한 귀책여부를 불문하고 일괄적으로 손해배상에 필요한 재원을 강제 납부하도록 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면서 포괄위임입법금지와 법률 유보 원칙, 자기책임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앞서 의료분쟁원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의료사고 피해자 구제를 돕기 위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특수한 공적 과제에 해당한다”며 “의료기관에 책임을 부담케 할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의료분쟁원의 안정적인 재정확보를 통해 얻는 공익이 대불비용 부담으로 인한 의사들의 재산권 침해보다도 적지 않다고 봤다.
 

대불비용을 징수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의료기관의 이득이 된다고도 재판부는 판시했다. 갑작스런 손해배상금 지출로 경영이 악화될 수 있는 상황을 대불제가 막아줄 수 있단 것이다.


2심 재판부 역시 이 같은 1심 판단에 법리상 오해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각 병원들이 이미 의료사고배상 책임보험을 들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사고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대불비용을 징수한 것은 의사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대불비용 징수는 귀책이 없는 의료기관에게 제3자의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을 미리, 강제적으로 부여한다는 것”이라며 “이번 판결 이후 적립금이 소진될 때마다 거듭 징수가 이뤄진 않을지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대불비용 징수에 대한 위헌소송이 앞서 지난 2014년 제기됐으나 기각됐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대불금 징수가 의료분쟁조정제도 도입 초기 재원 마련을 위한 것으로 정기적·장기적으로 징수할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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