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학회, 자문의 활용 제고 협약 '유명무실'
공정성 논란 불식 차원 MOU 맺었지만 저조···생보협 '앞으로 개선'
2020.07.13 05:4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보험업계가 의료자문 공정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야심차게 도입했던 ‘학회를 통한 의료자문’ 제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도입 이후 1년이 넘었지만 자문 의뢰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고, 지난해 대한정형외과학회와 MOU 체결 이후에는 의협이나 다른 학회와의 추가 협약 체결을 위한 논의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금까지 의료자문 제도는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부지급하거나 지급액을 줄이기 위해 악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었다. 
 
실제 지난해 있었던 국정감사에서는 당시 국회 정무위 소속이던 전재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험사가 특정 의사에게 의료자문을 몰아주는 경향이 있다며 보험사-자문의간 카르텔 의혹까지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생명보험협회(이하 생보협)는 지난해 일부 전문학회들과 MOU를 맺으며 이러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이를 통해 기존에 개별 생명보험사들이 개별 자문의들에게 의료자문을 요청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학회에 자문을 의뢰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생보사와 자문의간 직접적인 접촉에서 비롯되는 각종 의혹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심산이었다.
 
생보협은 지난해 3월 대한도수의학회와 협약을 맺은 데 이어 11월부터는 대한정형외과학회와도 의료자문업무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첫 도입 이후 1년이 넘은 상황에서 해당 제도는 사실상 연착륙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도수의학회의 경우는 의료자문 실적이 참담한 수준이다. 협약 체결 후 10개월가량이 지난 2019년 연말까지도 의뢰건수는 10여 건에 불과했고, 이후에도 사실상 전무한 수준이다.
 
그나마 대한정형외과학회의 경우 매달 평균 50건 가량의 의뢰가 있지만 이 역시 생보협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3분기(누적) 의료자문 건수 중 정형외과는 4377건이다. 월 평균 50건 정도가 꾸준히 이뤄진다고 해도 3분기로 환산시 450여 건 정도로 10% 수준에 그친다. 
 
이에 대해 생보협 관계자는 “정형외과학회의 경우도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더 이용 실적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생보사 이용 유인 없고 일부 학회는 부정적 시선 제기 
 
문제는 생보협이 업무 협약을 맺은 학회들이 평소에 의료자문 건수가 많은 분야임에도 이용이 저조하다는 점이다. 이에 생보협이 추후에 의협이나 다른 학회들과 업무협약을 맺더라도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생보사들로서는 기존 방식 대신 학회를 통해 의료자문을 실시할 유인이 없고, 일부 학회들은 학회가 민간보험사의 업무영역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 역시 제도 안착이 난항을 겪는 이유다.
 
실제로 한 학회 고위 관계자는 “학회가 민간보험사의 업무영역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근본적 물음이 있다”며 “우리 학회에서는 의료자문협약을 전혀 준비하고 있지 않고 있으며, 민간보험에 대해서는 곱지 않은 시선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생보협과 해당 제도에 참여 중인 학회들은 실적 부진 이유를 제도 시행 초기에 겪게 되는 시행착오로 보고 장기적으로는 제도가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생보협 관계자는 “실제 학회를 통한 의료자문을 이용한 개별 생보사들 반응도 좋고 정부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아직 시행 초기라는 점이 실적이 부진한 이유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한도수의학회 관계자 역시 “MOU 체결 이후에 세부적인 부분을 조율하는 과정이 길어지는 등에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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