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거대 여당의 원 단독 구성으로 국회가 ‘반쪽짜리’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내에서도 위원 배정을 놓고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지난 15일 제20대 국회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면서 상임위 위원들을 강제 배정했는데, 야당 의원들의 희망 상임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이다.
단 국회법에 따른 사보임으로 위원회 구성이 바뀔 수 있는 여지는 남아있는 상태다.
21일 국회·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복지위 위원 구성을 두고 비판적인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전날 열린 복지위 전체회의가 반쪽짜리로 치러지면서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등 여당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박 의장이 의원들에 대한 상임위 강제 배정은 또 다른 뇌관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5선의 관록을 가진 주호용 통합당 원내대표는 복지위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기에 들지 못했다.
반면 4선이자 보건복지위원장을 지낸 이명수 의원은 행정안전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원했으나 복지위에 다시 배정됐다.
시민사회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국회의장은 배진교 정의당 의원의 강력한 요청을 무시하고 정무위원회 배정을 강행했다”며 “복지위가 비인기 상임위원회임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보건복지는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문재인 정부 들어 슈퍼 여당인 민주당은 의료민영화·영리화와 규제완화정책을 대거 통과시켰는데, 코로나19 시대 양당이 지배하는 복지위는 너무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앞서 배 의원은 어린이병원비 100만원 상한제·상병수당·감염병 아동 부모 유급휴가제 등 법안을 발의했는데, 이 부분에 대한 평가도 후했다.
물론 위원회 강제 배정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국회법 제48조 ‘위원의 선임 및 개선’ 조항은 사보임을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는데, 상임위원은 교섭단체 소속 의원 수의 비율에 따라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요청으로 국회의장이 선임하거나 개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섭단체 대표가 사보임을 국회의장에 신청하고, 국회의장이 이를 승인하면 위원 사임과 보임이 완료되는 식이다.
제20대 국회에서 여야는 패스트트랙과 관련해 채이배 전 의원을 법제사법위원회로 사보임했는데, 이 과정에서 사보임이 대중에 잘 알려졌다.
사보임 대상인 교섭단체인 통합당에 한정돼 있다. 단, 통합당의 경우에는 사보임이 아니라 국회의장 결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통합당 의원실 관계자는 통합당의 상임위 복귀가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상임위 강제배정이) 당에서 요청한 사안도 아니고 국회의장이 요식행위로 꽂아 놓은 것”이라며 “상임위 배정이야 국회의장이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만큼, 사보임이 아니라 전면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