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복지법 개정법이 시행된 지 70일이 넘었지만, 여전히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를 보호자 동의없이 강제입원 시키는 사태가 적발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대전시·충청북도 소재 2곳의 정신병원 병원장들에게 법에 따른 입원 절차를 준수하도록 직원 직무교육을 시행하라고 각각 권고했다고 9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A씨는 부모님의 산소에 다녀오던 길에 경찰차에 실려 대전에 있는 한 병원에 강제입원됐다.
과거 조현병 진단을 받았던 A씨가 약을 먹는 것을 중단하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주민신고가 들어와 경찰로부터 A씨를 넘겨받아 입원시켰다는 것이 병원 측의 해명이다.
충북의 한 정신병원은 올해 2월 다른 병원에서 퇴원한 B씨가 이튿날 진찰을 받으러 오자 보호의무자가 있음에도 동의없이 강제로 입원시켰다.
병원은 B씨의 보호의무자인 아들에게 동의서도 받지 않았고, 관계 기관에 아들의 연락처를 알아보기 위한 신상정보 조회 요청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는 보호자 동의 없는 강제입원은 현행법을 위반한 것은 물론이고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전광역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에게도 이들 병원을 포함해 관내 정신보건시설 관리·감독을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지난 5월 30일부터 시행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법 제43조(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등)에 따르면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기 위해선 보호의무자 2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또한 강제 입원을 위해선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 소속 전문의 두 명의 교차 진단이 필요하다.
다만 두 번째 진단의가 부족할 경우 예외적으로 같은 병원 의사들끼리 자체 진단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에서는 인력난 등의 이유로 교차 진단보다는 자체 진단의 사례가 더 많은 현실이다.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월 강제 입원 심사 건수 2만5,991건 중 절반이 넘는 1만5,276건(58.8%)이 동일 병원 의사가 진단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정신장애인 강제입원 과정에서의 인권침해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유산 분배 등 과정에서 조현병 병력이 있는 가족을 배제하는 데 강제입원이 악용되는 사례도 많았다.
한편 9일 오후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주관으로 '국가정신건강정책 솔루션 포럼'이 열린다. 포럼은 오는 23일과 내달 6일 등 총 3회에 걸쳐 진행되며 정신건강 관련 전문가, 실무자, 당사자 단체 등이 모여 정신복지법 개정법 시행 100일의 상황을 공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