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심평원, 코로나19 번외업무 과부하 '몸살'
긴급재난지원금·공적마스크 민원 폭주···政, 건보시스템 활용범위 확대 영향
2020.04.04 06:5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코로나19와 사태 속에 예상치 못한 업무 과부하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적마스크 공급에 이어 긴급재난지원금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건강보험시스템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유관기관인 심평원과 건보공단의 업무 피로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 3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국민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당초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계획을 천명했을 때부터 대상자 선정 기준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전체 가구의 70%’라는 비율은 정했지만 이를 어떻게 선정할 것이냐가 관건이었다. 
 
정부는 고심 끝에 대상자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건강보험료 부담이 1인 가구는 약 8만8000원, 2인 가구 15만원, 3인 가구 19만5000원, 4인 가구 23만7000원 이하가 대상이다.

복지부 양성일 사회복지정책실장은 “기초수급대상자 선정에 사용되는 소득 인정액 조사방식은 평균적으로 대상자 선정에 두 달이 소요되며 보통 1명을 조회하는 데 약 1주가 소요된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전했다.
 
이어 “이에 반해 건보료는 가장 최신 자료를 활용해 대상자를 신청할 수 있으며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장점이 있다”며 건보료를 기준으로 선정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건보공단, 건보료 확인 등 민원 전화 급증 업무 마비
 
해당 발표 직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비상이 걸렸다. 부랴부랴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에 별도 팝업 및 카테고리를 마련하고 건강보험료 조회 방법을 안내했다.
 
개인은 본인확인만 가능하면 홈페이지를 통해 쉽게 내가 내는 건강보험료를 조회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를 비롯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여부 등을 묻는 민원이 한꺼번에 몰렸다.

정부는 홈페이지 및 건보공단 콜센터(1577-1000)를 통해 보험료를 확인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공단 관계자는 “벌써부터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어 “본사나 지사에 문의전화를 해도 일단 콜센터를 거쳐 연결되기 때문에 건보료에 대한 질의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오늘 갑작스럽게 너무 많은 문의를 받아 업무가 어려울 정도”라고 답했다.
 
인력이 충분한 것도 아니다. 건보공단은 지난 2일 이미 민원 처리 지연에 대한 양해를 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공단 관계자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해 온라인 민원 처리 인력을 축소, 운영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제증명 발급, 보험료 상담 등 각종 온라인 민원처리가 신속하게 처리되기 어렵다”고 전했다.
 
검역소 및 선별진료소에도 일부 직원이 파견돼 있다. 공단 관계자는 “진료소에서 요청이 있을 경우 자원한 직원들을 편성해 2주씩 돌아가면서 근무를 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재난지원금 신속 지급을 염두하다 보니 건보료 쪽으로 접근한 것 같다”며 “다만 재산이 있어도 소득이 적어서 건보료를 적게 내고 그런 경우까지 모두 찾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스크 공급 최전선 배치된 심평원 '곤혹'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공적 마스크 공급 과정에서 비슷한 상황에 처한 바 있다. 마스크 공급처를 보건의료 유관단체들로 한정하고 심평원 시스템을 활용해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과부하가 걸렸다.

심평원이 하루 아침에 전국 마스크 분배를 담당하게 된 데는 역시 체계적인 건강보험 시스템이 그 배경이다.
 
의약품 처방을 위한 본인 확인뿐만 아니라 판매시스템까지 갖춘 약국과 마스크 재고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중복 구매를 막을 수 있는 전산 능력을 갖춘 심평원이 과도한 업무를 떠맡게 된 것이다.
 
현재는 다소 상황이 진정됐지만 전국적으로 마스크 품귀현상이 벌어졌던 3월 경에는 현장의 노고가 상당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많게는 콜센터 상담원 한 명당 하루에 1000 건까지 콜을 받기도 했다”며 “약국에서 마스크 판다더니 없다더라, 왜 나한테는 안 파느냐 등 예상할 수 있는 모든 민원은 다 받았다고 보면 된다”고 술회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소강 국면을 맞게 되면 이들 기관은 의료기관 손실보상 등 사후 업무에도 매달려야 하는 만큼 당분간 업무 과중이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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