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건강검진을 받은 환자에게 급여를 청구하는 과정에서 묶음코드 조작을 잘못해 비급여를 급여로 청구한 의사에 업무정지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4행정부는 요양급여비용을 이중청구 했다는 이유로 업무정지처분을 받은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처분을 취소할 것을 최근 명령했다.
복지부는 앞서 2014~2016년 사이 A씨가 운영하는 의원에 대한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비급여 대상인 본인희망에 의한 건강검진 등을 실시한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검사료로 추가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한 사실이 밝혀졌다.
또 법정 건강검진을 실시한 후에도 건보공단에 검진비용을 청구한 것 외에 상부 소화관 내시경검사 등의 비용을 요양급여비용으로 추가로 청구했다.
진찰료 산정기준 위반 청구 사실도 드러났다.
현행법 '건강검진 실시 당일 진료시 진찰료 산정 방법'에 따르면, 건강검진 당일 처방이 발생한 경우 진찰료의 50%를 산정해야 한다. A씨는 검진 실시 당일 진료만을 실시한 경우 진찰료를 별도 산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진찰료 100%를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했다.
현지조사단은 A씨가 이렇게 부당하게 청구한 요양급여비용 총액을 6억8400여만원으로 조사했다.
복지부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A씨가 고액의 부당요양급여를 청구했다고 판단해 50일의 업무정지 처분을 했다.
이에 A씨는 건강검진시 진찰료롤 50% 이하로 청구해야 한다는 기존 고시는 헌법에 위반되며, 또 청구 과정에서 전산상 실수가 있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 변호인은 "건강검진 당일이어도 건강검진과 연계되지 않은 별도의 질환에 대해 진찰이 이뤄졌다면 진찰료의 100%를 단독으로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현행 고시가 헌법이 정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은 별도의 전문과목 및 전문분야가 다른 진료담당의사가 건강검진날 진찰을 한 것에 대해선 100%의 진찰료를 인정하는데, 건강검진과 별도의 질환에 대해 진료하는 경우가 반드시 다른 전문과목에 해당하는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또 A씨는 당시 병의원용 전산프로그램에서 자주 결합해 사용하는 진료 코드를 결합해 사용하고 있었는데, 청구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고도 밝혔다.
'약, 주사, 처치, 수술'등의 처방과 '내시경, 혈액, 방사선' 등의 검사 내용을 하나의 코드로 엮는 식이었는데, 별도의 항목으로 비청구 설정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숙지하지 못했단 것이다.
재판부는 고시의 위헌성에 대한 A씨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착오청구로 인해 과도한 처분이 있었다는 의견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해당 고시는 건강검진과 진료행위가 같이 이뤄지는 경우 실질적으로 의료행위가 중복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진찰료 청구를 제한하는 것으로, 다른 관련 고시에서도 동일 의사가 동시에 2가지 상병에 대해 진찰한 경우 진찰료는 1회만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의료인의 재산권을 위해 건강검진을 실시한 의사와 다른 의사가 진료한 경우에는 진찰료를 각각 산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어 해당 고시가 법익 균형성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착오청구에 대해서는 "위반행위가 사회적 비난 정도가 크지 않다"며 업무정지처분은 과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전자차트프로그램의 조작 과정에서 '비청구'가 '청구'로 변경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 의무 해태라 볼 수 있지만, 업무정지 처분 사유인 '속임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부당청구금액이 적지 않으나, 이는 착오 청구가 발생한느 프로그램 조작상 문제점이 교정돼 반복된 결과"라며 "단순한 요양급여 청구 프로그램상 착오로 인한 부당청구에 대한 업무정지 처분은 재량권 일탈 및 남용"이라며 A씨 청구를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