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性은 유전자 속에서 이미 결정'
2003.10.20 21:40 댓글쓰기
성(性)의 정체성이 유전자 속에 미리 결정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동성연애와 트랜스젠더가 '선택'이라는 기존 개념을 희석시키고 있다.

미국 UCLA의대 유전학과 교수인 에릭 빌레인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우리가 왜 남성 혹은 여성으로 느끼는가에 대한 중요한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제하고 "성의 정체성은 출생 전에 모든 개인의 생물학적 특성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개별 유전체 내의 변이로부터 생겨나게 된다"고 주장했다.

빌레인 박사팀은 마우스를 대상으로 수컷과 암컷의 뇌가 왜 달리 보이고 다르게 기능하는가를 설명할 수 있는 유전자 54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1970년대부터 과학자들은 에스트로젠과 테스토스테론이 성적으로 뇌를 조직하는 데 모든 책임이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최근 증거들은 호르몬이 남성과 여성 뇌 사이의 성적 차이에 대한 모든 것을 다 설명할 수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Molecular Brain Research 최신호에 게재됐다.

특히 이번 결과는 모호한 생식기(ambiguous genitalia)를 지니고 태어난 아기의 성별을 정해주는 탁월한 수단을 의사들에게 제공할 수도 있다.

가벼운 증례의 기형 생식기는 모든 신생아의 약 1%에서 나타난다. 태어난 아기가 남자인자 여자인지를 의사들이 부모에게 알려줄 수 없는 좀 더 심한 증례는 3000명의 신생아 중 1명 꼴로 발생한다.

빌레인 박사는 "출생시 모호한 생식기를 가진 신생아의 성별을 의사들이 예측할 수 있다면 성별 부여에서 실수를 덜 범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두 가지 유전자검사법을 이용해서 마우스가 성기를 발달시키기 오래 전인 배아 단계에서 수컷과 암컷의 뇌에서 생성되는 유전자를 비교했다.

그 결과 호르몬이 영향을 주기 전에 이미 수컷과 암컷의 마우스 뇌에서 54개 유전자가 각기 다른 양으로 생성되는 것이 관찰됐다. 그 유전자 중 18개는 수컷 뇌에서 더 높은 수치로 생성됐고, 36개는 암컷 뇌에서 더 높은 수치로 생성됐다.

빌레인 박사는 "우리는 해부학적 특성 및 기능을 포함해서 수컷과 암컷의 뇌가 다양한 측정 방법에서 서로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가령 뇌의 두 반구가 수컷보다 암컷에서 좀 더 대칭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빌레인 박사에 따르면 이러한 대칭은 뇌의 양측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을 개선시켜 여성의 언어적 표현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는 "이러한 해부학적 차이는 왜 여성이 남성보다 자신의 느낌을 좀더 쉽게 분명히 말할 수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빌레인 박사팀은 이번에 확인된 54개 유전자 각각의 특이적인 역할을 평가할 연구를 계속 수행할 계획이다.

빌레인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실제적인 해부학적 특성과 관계없이 우리가 왜 남성이나 여성으로 느끼는가를 설명해줄 수 있다"면서 "이번 성과는 트랜스젠더가 되는 것이 마음 상태라는 개념에 신뢰성을 부여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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