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일련번호 제도 시행 첩첩산중···유통업계 '반대'
협회, 바코드·RFID 일원화 등 요구···제약업계 '일원화 수용 어려워'
2018.09.07 06:2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내년 1월 시행될 의약품 일련번호 제도에 대해 유통업계가 반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바코드·RFID 일원화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보이콧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최근 열린 확대회장단회에서 의약품 일련번호 제도에 대한 이 같은 의견을 재차 확인하고, 대응책을 모색했다.

협회는 "유통업계가 꾸준히 요구하는 조건이 수용되지 않는 일련번호 제도 시행은, 유통업계 부담만 가중시키고 제도의 본래 취지도 살리지 못한다"며 "우리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제도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협회는 "정부는 유통업계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작업에 먼저 매진해야 한다"면서 "향후 동향을 지켜보면서 내부적으로 후속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약품 일련번호 제도'는 의약품에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고유(일련)번호를 부여하는 것으로, 제조 및 수입에서 소비자에 이르는 전 유통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지난 2017년 7월부터 시행돼 9개월째 접어든 상태지만, 18개월간 행정처분이 유예되면서 사실상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제도 시행에 앞서 필요한 인프라 구축작업에 대한 지원이 없이 참여 의무만 강조하는 정부의 태도에 불만이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 시정 및 처리결과 평가보고서에서도 복지부가 의약품 유통업계에서 요구하고 있는 바코드, RFID 병행부착, 바코드 표준화 등에 관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협회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동향을 보면, 일련번호 제도 도입은 큰 틀에서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지만, 기본적인 여건을 만들어가며 진행해야 한다"면서 "업계 요구의 수용 없이 단지 유예기간만 두고 내년에 예정대로 제도가 시행하면, 결국 약자인 유통업체들이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현재 유통협회의 요구사항은 ▲바코드 (표준화)일원화 ▲묶음번호 법제화 ▲실시간 보고 완화 ▲정책 예산의 지원 ▲요양기관의 협조 등이다.


협회는 TF팀을 구성, 후속조치 마련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는 한편, 의약품유통정책연구소를 통해 구체적인 근거를 확보해 합리적인 주장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협회 측은 "회원사들이 잠재적 범법자가 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저임금제 도입과 52시간 근로 단계적 도입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유통업계를 위해 정책 예산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미 제도에 맞춰 움직이고 있는 제약사들은 유통업계의 이 같은 요구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복지부가 배포한 가이드라인에 맞는 업체를 선정했는데 또 다시 비용을 들여 번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대형제약사와 달리 영세한 중소제약사들의 경우 유통업계의요구사항을 정부가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새 기준에 맞추기 어렵다고 한다.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업체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데, 유통업계 부담이 크다고 해서 현재 사용 중인 기기들을 교체할 수 없다"며 "규모가 큰 제약사들이야 가능할지 모르지만, 영세업체들 입장에선 교체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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