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증원 사태 기류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강경 기조를 내려놓은 정부가 의료계에 연일 대화를 촉구하는 등 회유에 나서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여전히 증원 규모 2000명을 고수하고 있고, 앞선 집단행동 관련 대표자 처벌 학습효과 탓에 의료계의 대화 채널 찾기도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강경 일색이던 정부 태도는 지난 24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판과 함께 급선회했다.
전공의와 전임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사직서 투쟁에 나서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여당을 지렛대 삼아 퇴로를 마련하려는 행보로 풀이됐다.
실제 한동훈 위원장이 대통령실에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고, 대통령실이 이를 수용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해 유연한 방안 모색과 의료계와의 건설적 협의체 구성을 지시했다.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와 교육부 장관, 복지부 장관이 대학병원 원장들과 만나 사태 해결을 논의하는 등 연일 의료계와의 대화 채널 가동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갖은 노력에도 사태 해결을 위한 협상은 제대로 시작조차 되지 못하는 모양새다.
우선 이번 사태를 촉발한 ‘2000명 증원’을 정부가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게 대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의료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증원 규모와 시기 등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대통령실은 대학별 배분까지 진행된 ‘2000명 증원’을 되돌리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대 증원 규모가 대학별로 확정됨으로써 의료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 조건이 만들어졌다”며 “증원된 의사들이 큰 활약을 할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브리핑을 통해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을 끝내며 의료 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은 완료됐다”며 조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핵심 쟁점인 증원 규모를 재협상할 경우 더 큰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오늘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등 총선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당 수도권 후보들을 비롯해 보수 진영에서도 의정 갈등에 대한 우려가 켜져 대통령실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대화 채널 확보 역시 난관이다. 정부가 사태 해결을 위한 협상에 나서기 위해 다양한 경로를 통해 협의체 구성을 시도하고 있지만 별다른 진척은 보이지 않고 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들이 집단행동 교사 혐의로 처벌 압박을 받은 학습효과 탓에 선뜻 대표를 자청해 대화에 나서려 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료계와 대화를 추진함에 있어 가장 큰 애로사항은 공식적인 대화 채널 부재”라며 “협상 대상이 없어 정부의 진심을 전달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건설적인 대화체를 구성해 상호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대를 찾아가기를 원한다”며 “이를 통해서만이 지금의 여러 어려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던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 역시 “전공의는 대표단을 구성해 대화 자리로 나와 주기 바란다”며 “대화를 위한 대표단 구성은 법 위반 사항이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