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골막천자 행위를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로 규정한 법원 판결에 의료계가 환영했다. 원심을 뒤엎은 판결이 나와 더 의미가 있다고 해석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9일 "간호사 골막천자 행위를 불법 무면허 행위로 규정하고 원심을 파기한 서울동부지법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골막천자는 혈액 및 종양성 질환의 진단을 위해 시행하는 침습적 검사다. 앞서 병의협은 서울 소재 A 대형병원 재단을 검찰에 고발했다.
골막천자를 의사가 하지 않고 간호사가 전담하고 있으며, 해당 행위를 할 때 의사의 입회나 지도조차 없다는 제보가 단체로 접수됐기 때문이다.
고발 이후 경찰 및 검찰 수사가 이뤄졌고, 서울동부지검은 2021년 5월 13일 간호사에 의해 불법으로 이뤄진 골막천자 행위에 대해 A병원 재단을 3000만원 벌금으로 약식기소했다.
그런데 재판에선 무죄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8월 서울동부지법은 간호사 업무 범위를 넓게 인정하는 일부 외국의 사례, 국제 학술지에 간호사 골막천자 시행 내용 등을 근거로 삼았다.
뿐만 아니라 의료법 내 간호사가 골막천자를 하면 안 된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점, 해당 간호사가 골막천자를 해서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한 적이 없다는 점 등도 무죄 이유로 제시했다.
1심 재판부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은 검찰은 즉각 항소했고, 병의협도 법원 판결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해당 행위가 의학적 관점에서 무면허 의료행위일 수밖에 없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 결과 지난 7월 서울동부지법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과 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A병원 재단에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A병원 재단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했고, 현재는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의사가 간호사에게 보조행위 지시 및 위임은 할 수 있으나 고도의 지식과 기술을 요해 반드시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 자체를 지시 또는 위임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봤다.
간호사가 의사의 지시나 위임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골막천자와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은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즉, 의사의 현장 입회 여부를 불문하고 의료행위를 간호사가 직접 수행했다면 이는 진료 보조가 아니라 진료행위에 해당하므로 의료법 제27조 제1항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시각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종양전문간호사 자격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종양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간호사인 자격을 인정받은 것 뿐"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의료법령이나 의료체계가 상이한 해외에서 해당 사례가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국내에서도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여겼다.
병의협은 특정 의료행위에 시행 주체를 정할 때 신중해야 하고, 의사가 시행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는 의료행위가 되려면 수많은 검증과 연구, 의료인 전체 및 환자의 동의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골막천자라는 침습적인 의료행위가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가 된다면 그동안 의사가 하도록 규정해왔던 수 많은 의료행위 주체 또한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사건 결과에 따라 의료인 업무 범위 논쟁에서 중대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며 "의료행위가 무분별하게 인정되는 방향으로 간다면,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단체는 "이번 판결은 날이 갈수록 범위가 넓어지며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이뤄지는 불법 PA 의료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정한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