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 의료개혁 '동력 상실' 전망
비상계엄 사태 후 국정운영 파행…의대 정원 등 '궤도 수정' 불가피
2024.12.06 05:24 댓글쓰기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거센 퇴진 압박 상황에 놓이면서 10개월 넘게 추진해 온 의료개혁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국회의 탄핵 추진에 이어 대통령실 참모들의 일괄 사퇴까지 사실상 국정 운영의 파행이 불가피한 만큼 의료개혁 역시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 마저 대통령 탈당과 내각 총사퇴를 촉구하고 나서는 등 사면초가 상황으로 내몰리면서 의정 사태 역시 변곡점이 맞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활성화를 기치로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 계획을 발표했을 때만 하더라도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은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부의 과업이고 국민의 명령”이라고 강한 의지를 표했고, 이에 국민들은 의료개혁 80%, 의대 증원 70%이 지지를 보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며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의료대란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여론은 급격히 돌아섰다. 


전공의 집단사직, 의대생 동맹휴학 등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달았고, 대통령의 반복된 ‘엄정 대응’ 구호에도 젊은의사들의 동요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특히 응급실 뺑뺑이가 일상이 됐고, 2~5월 외래·입원 환자가 209만명 줄었다. 진료 후 사망한 환자는 2000명이 늘었다. 집계되지 않는 사망자는 더욱 많을 것이란 분석이다.


말 그대로 ‘의료공백’ 상황이 길어지면서 정부의 의료개혁에 우려와 불신이 커졌고, 여론은 의료대란 사태 책임을 정부 49%, 의료계 35%로 정부를 탓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아무런 입장 변화 없이 ‘의료개혁’의 필요성만 되풀이 했다.


급기야 여당 주도로 정치권과 정부, 의료계가 참여하는 여의정 협의체를 출범하고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했지만 정부의 요지부동 탓에 한 달도 가동되지 못하고 중단됐다.


비상계엄이 내려진 당일 오전까지도 대통령실은 “의사인력 수급 관리는 의료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책무”라며 의료개혁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특히 “의료계가 강성 주장에만 너무 매몰되지 말고 태도를 바꿔 하나의 의견을 달라”며 “정부가 제시한 해법이 틀렸다면 다른 방식의 해법을 가져와 논의해 보자”라고 의료계를 자극했다.


지지 속에 시작된 의료개혁, 상황 급반전

의료공백 장기화에 불신‧불만 가중

비상계엄 사태, 의료개혁에 악영향

주무부처 복지부도 당혹감 역력


고착 상태가 이어지던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제1호 포고령에 사직 전공의 등 의료인 복귀를 명령하며 의료계의 공분을 샀다.


포고령에는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비상계엄은 국회의 신속한 저지로 6시간 만에 해제됐고, 이후 엄청난 후폭풍이 불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고립 상태에 놓였다.


사실상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불가한 상황에서 그동안 추진하던 다양한 의료개혁들도 덩달아 동력을 잃을 공산이 커지게 됐다.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의료개혁 과제로 의대정원 증원을 비롯해 상급종합병원 구조조환, 필수의료 보상체계 강화, 실손보험 개선, 의사 사법리스크 완화 등을 추진해 왔다.


아울러 연내 추가 개혁과제를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현재로서는 후속 조치들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지난 4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출범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활동도 불투명해졌다.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사실상 유명무실한 기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예정됐던 의개특위 '필수의료 공정보상 전문위원회' 회의도 최소됐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가기도 힘겨운 상황이다. 여의정 협의체 중단에 이어 의료개혁을 위해 투입할 예산 확보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통과된 내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은 125조5000억원으로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던 예산안 125조7000억원보다 1655억원 줄었다.


복지부는 당초 의료개혁을 위해 의료 분야 재정지원을 올해 8000억원에서 내년 2조원 늘린다는 방침이었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에 3922억원, 응급의료기관 인건비 지원에 629억원 등 의료개혁과 맞닿아 있는 분야에 투입할 예산이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감액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한 예산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감액안이 최종 확정될 경우 필수의료 예산 확보가 불가능해진다” “의료공백에 따른 국민 불편과 어려움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총체적 난관 속에 비상계엄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복지부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복지부는 4일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에 따른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상황 대응 논의 후 “취약계층 보호와 필수의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짧은 입장만 내놨다.


아울러 직원들에게는 “상황이 정상화된 만큼 동요하지 말고 법령이 정한 바에 따라 책임과 의무를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한 복지부 고위 공무원은 “갑작스런 비상계엄 사태에 너무 당혹스럽다”며 “의료개혁을 기치로 추진하던 여러 정책들이 영향을 받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의료개혁의 향배를 속단하기 이르다”며 “의료대란 해소와 의료개혁 추진의 우선 순위가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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