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국회 교육위원장‧보건복지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문제 해결의 첫 원칙은 결자해지(結者解之)"라며 정부의 의대 증원 등 정책 중단을 촉구했다.
박형욱 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국회 김영호 교육위원장 및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과 가진 비공개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국회 제안으로 성사됐으며, 10개월 이상 지속되는 의정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직 전공의들은 1년 내내 의료계엄 겪고 있다"
박형욱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사직 전공의들은 1년 내내 의료계엄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계엄사령부 포고령에는 전공의들을 향해 처단하자는 극단적 폭언까지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에 대한 일언반구의 언급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형욱 위원장은 최근 지원율이 8.7%에 그친 2025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모집 결과를 언급하며 "이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실패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와도 달리 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인식이 전무하다. 그리고 정책의 부작용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개혁이라고 자화자찬한다"고 꼬집었다.
박형욱 위원장은 또 "대책 절실한 시기지만 교육부는 의학 교육 현장의 우려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의대 본과 3‧4학년은 1월 중 개강한다. 4월이 지나가면 타 단과대 기준 거의 한 학기에 해당하는 기간 수업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애초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4년 예고제에 따라 의대 정책을 시행했으면 이런 극단적 상황은 초래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난 4월, 아니면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골든타임이라고 말한 지난 9월에 대책을 마련했어도 이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대로 내버려 두면 의학교육 위기와 의료대란은 갈수록 더 심각해질 것이다. 내년부터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이 된다"며 "의협 비대위와 대전협 비대위는 2025년 의대 모집 중지를 포함해 의학계 위기와 의료대란 해결을 위해 지혜를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박단 "젊은 의사들 요구는 변함없다"
박단 위원장도 정부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며 국회의 협조를 구했다.
박단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지금도 정부는 정책을 강행하겠다고 한다"며 "의료를 정상화하려면 국회라도 계속 애써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이제는 잘 모르겠다"면서 "플랜B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주호 장관과 교육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던 각 대학 총장들은 책임지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단 위원장은 의대 증원 백지화를 포함한 요구안을 언급하며 "젊은 의사들 요구는 변함없다. 의대생들도 내년에 학교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폭주를 하루라도 빨리 중단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그간 추진하던 정책 역시 전면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호‧박주민 위원장 "의료사태 원인은 정부 강압적 정책 추진…대화로 풀자"
김영호 위원장과 박주민 위원장 역시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비판하며 의료계와 적극 대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영호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정부의 일방적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전공의는 돌아오지 않고 의대생들은 수업을 듣지 못하고 있다"며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로 일관한 윤석열 정부는 의료계와 대화 창구도 마련하지 못하고 속절없이 시간만 보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영호 위원장은 "이제 갈등의 시간을 멈추고 대화와 타협의 시간이 시작됐으면 한다"면서 "탄핵 정국이란 혼란도 있지만 이 위기 상황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국회가 책임 있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많이 듣고 잘 새기겠다.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자리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박주민 위원장은 "국민, 전공의 그리고 의대생들도 이제 소중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정부가 매우 급하게 정책을 추진하면서 의사결정의 내용이나 과정 등에서 많은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이를 해결하고자 한 정부의 진정성은 사실상 제로였다"며 "전공의를 처단하겠다는 비상계엄 포고령만 봐도 윤 대통령이 의료계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잘 알 수 있었다"고 질타했다.
이어 "그러나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면서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은 대화다. 오늘은 더 진지하게, 그리고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