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레지던트나 펠로우 등 젊은 의사일수록 전문간호사의 전문성 인정을 꺼려, 업무를 위임할 의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문간호사와 임상에서 오랜 기간 함께 근무한 교수들은 상대적으로 위임 의향 비율이 높았다.
최수정 한국전문간호사협회 부회장(삼성서울병원 전문간호사)은 한국전문간호사협회가 26일 송파구 올림픽홀에서 주최한 2020 한국전문간호협회 학술대회에서 ‘전문간호사 업무에 대한 의료인 인식과 위임 의향’에 대해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최수정 부회장은 올해 2월 7일부터 4월 10일까지 상급종합병원 한 곳에서 전문간호사와 함께 일한 경험이 1년 이상인 의료인 277명(의사 137명, 전문간호사 52명, 간호사 88명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 전문간호사 업무에 대한 의료인의 인식과 향후 의료법이 개정된 후 업무 위임의향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펠로우나 전공의들은 환자 건강문제 확인 및 감별부터 질병의 치료 및 악화 방지를 위한 처치 등 모든 영역에 걸쳐 교수보다 업무 위임 의사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교수의 평균 나이는 42.8세였고 펠로우는 35.5세, 전공의는 30.4세였다. 이들의 임상경력은 차례로 16.7년, 7.8년, 3.2년이었다.
치료 부작용 평가나 개별적 환자 라운딩, 환자 상태파악 및 보고 등 '건강문제 확인 및 감별' 분야 위임 의향은 세부 항목별로 차이가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교수의 경우 87%, 전공의 75%가 위임 의사가 있다고 응답해 10% 이상 차이를 보였다.
그 외에도 치료 및 처치와 관련해 ▲치료계획 조정 및 변경의 경우 위임 찬성은 교수 68%에 비해 전공의는 59%에 그쳤고 ▲기관 삽관 및 발관은 교수가 29%, 전공의 23%, 펠로우 15%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다만 혈액이나 조직 등 검체 채취나 시술 및 검사 보조, 수술 보조, 단순 드레싱은 전공의와 펠로우 모두 위임 의사가 80%를 넘어 다른 업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최 부회장은 “조사 결과 전문간호사와 오래 일한 교수보다 젊은 의사들이 전문간호사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경향이 있어 위임 의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전문간호사와 직접 접하는 경험이 적어서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의사-전문간호사 원하는 범위 ‘간극’
특히 이번 조사를 통해 의료 행위 중 의사가 위임하기 원하는 업무와 전문간호사가 위임받기 원하는 업무 사이에 인식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간호사들은 환자 건강문제 확인이나 의뢰 및 협진, 표준처방 내 치료계획 조정 등 일부 처치 업무를 위임받고 싶어 한 반면, 의사들은 위임된 검사 처방이나 단순 드레싱, 배액관 관리, 시술 및 검사 보조, 특수장치 관리 등의 단순 처치 등의 위임을 원했다.
두 직군이 공통으로 위임을 원한 업무는 환자나 보호자 등에 대한 교육상담과 위임된 약 처방, 프로토콜 하 약 처방 등이었다.
또한 간호사는 의사가 위임을 원했던 검사 처방 및 시행이나 단순 처치 업무 위임을 꺼렸고, 의사는 환자 건강 상황이나 부작용을 평가하는 확인 업무나 치료계획을 조정하는 업무를 위임하고 싶지 않아 했다.
두 직군 모두가 위임을 꺼린 업무는 현재 전문간호사가 수행하고 있지 않고 있는 창상봉합과 업무 난이도가 높다고 조사된 기관 삽관 및 발관이었다.
최 부회장은 전문간호사 업무 범위가 법제화를 위해 전문간호사가 의사들의 위임 의지가 높은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또한 1970년대 간호사가 의료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반대가 심했지만, 개별 클리닉 의사들이 지속적으로 전문간호사의 파트너로 함께 일 하면서 두 직종 간 협력적 실무에 대한 합의가 도출됐다”며 “의사군의 위임 의향이 높은 단순 처방이나 처치 업무도 수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군 간 필요에 의해 위임할 의향이 있는 업무는 수용하는 것이 업무 법제화 및 업무범위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