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병원과 달콤한 동거를 꿈꿨던 경기도 오산시가 조급한 사업 추진으로 예산낭비 지적을 받았다. 기대감이 지나치게 컸던 탓에 가계약 상황에서도 실무를 진행했던 결과다.
감사원은 4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악화 상황에서도 단체장의 치적 등을 위해 타당성이 결여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 예산을 낭비한 사례에 대한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지자체의 예산낭비 사례에는 서울대병원 분원을 추진했던 경기도 오산시도 포함됐다.
오산시는 지난 2008년 5월 지역민 의료서비스 향상 방안으로 서울대학교병원과 종합의료기관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 약정에 따르면 병원 건립에 필요한 자금 중 의료시설 건립비는 서울대병원이 조달하고 부지 및 도시계획시설비는 오산시에서 부담키로 했다.
이에 따라 오산시는 12만3125㎡에 달하는 매입대상 토지의 감정평가를 마친 후 2010년 9월까지 516억8700만원을 들여 보상을 완료했다.
오산시 1년 예산이 3000억원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500억원 이상의 단일사업이 이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 그 만큼 오산 서울대병원 건립이 절실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문제는 서울대병원이 지난 2011년 5월 의료시설 건립비 조달 곤란 등을 이유로 오산시에 ‘사업불가’를 통보하면서 불거졌다. MOU 체결 후 3년 만의 일이었다.
약정 상에는 MOU 체결일로부터 2년 동안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협약의 효력은 상실된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실질적으로는 2010년 5월 이미 협약은 끝났던 상황이었다.
오산시는 부랴부랴 서울대병원 측에 MOU 기한 연장과 본계약 체결에 관한 협의에 나섰지만 병원 측이 결국 ‘불가’ 방침을 전하면서 오산서울대병원 건립 사업은 물거품 위기에 처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오산시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 체결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토지보상을 완료한 사실이다.
통상적으로 정부가 토지보상을 추진할 경우 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될 경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본계약이 체결된 후 매입에 나서지만 오산시의 경우는 달랐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오산시가 MOU 상태에서 섣부르게 토지보상을 완료한 탓에 보상비 517억이 장시간 사장됐다”며 “시장은 협약 사업 추진을 철저히 하고 관련자에 주의를 촉구하라”고 주문했다.
한편 서울대병원과 오산시는 올해 1월 다시금 종합의료기관 설립에 관한 MOU를 체결, 현재 본계약을 위해 세부 제반사항을 논의중인 상태다.
이번 MOU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트라우마센터’와 국가재난시 환자를 전담 수용하는 ‘국가재난병원’ 등 특성화된 병원을 건립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번 역시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인 만큼 향후 본계약 체결까지 오산시의 종합의료기관 설립 사업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