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가족들은 "미숙한 초기 응급처치로 멀쩡했던 사람을 의식불명으로 만들었다"며 해당 병원장을 경찰에 고소했다.
19일 환자 가족이 제출한 고소장 등에 따르면 완주에 사는 A(68·여)씨는 지난 8일 오전 10시께 가래 증세를 치료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전주에 있는 한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그는 평소 당뇨를 앓았으나 내원 전에 아침 식사를 직접 차렸고 어버이날을 맞아 딸과 점심 약속을 정할 정도로 건강한 상태였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A씨는 병원의 권유에 따라 우선 수액을 맞았고, 남편은 약국에서 약을 지어온 뒤 복도에서 아내의 치료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때 병실에서 자신을 다급하게 부르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A씨는 황급히 달려온 남편 앞에서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뒤 식은땀을 흘리며 쓰러졌다.
당시 A씨의 얼굴 일부는 검게 변한 상태였고 입에서는 침이 섞인 이물질이 계속해서 쏟아졌다. 남편은 "왜 그래, 왜 그래"하면서 의료진에 도움을 요청했다.
가족들은 이때가 오전 11시 10분께였다고 주장하는 반면 병원 측은 11시 25분이 넘어서야 환자가 위독한 상태임을 인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소란을 듣고 병실로 들어온 의료진은 환자의 몸을 주무르고 당과 혈압 등을 체크했다. 환자의 입을 벌려 이물질을 빼내기도 했다.
그러나 A씨 상태는 갈수록 악화했고 얼굴에 이어 몸까지 까맣게 변해갔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병원장은 심폐소생술(CPR)을 하며, 간호사에게 인근 내과와 119에 도움을 요청할 것을 지시했다.
먼저 병원에 도착한 내과 의사는 청진기를 환자의 몸에 갖다 대고는 "심장이 멎은 것 같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어 오전 11시 40여분께 도착한 119 구급대는 자동제세동기(AED) 등을 이용해 심폐소생술을 하며 A씨를 인근 종합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취재진이 입수한 병원 의무기록에는 A씨가 이비인후과에서 응급실에 도착해 첫 진료를 본 시각은 이날 낮 12시 11분께로 기록돼 있다.
A씨는 응급조처를 통해 맥박을 회복했으나 의식을 되찾지는 못했다.
종합병원 의료진은 "장시간 심정지 상태가 지속해 저산소증으로 뇌 손상이 일어났다"며 "혹여 깨어난다고 하더라도 매우 심각한 수준의 장애가 불가피하다"는 소견을 밝혔다.
환자의 가족들은 이비인후과의 초기 응급조처가 미흡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A씨의 아들은 취재진과 통화에서 "병원은 위급한 상황에서 환자에 대해 즉각적인 조처를 할 의무가 있는데도 마사지만을 하다가 귀중한 시간을 허비했다"며 "어머니가 조금만 더 빨리 제대로 된 도움을 받았다면 이렇게 뇌사 상태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병원은 어머니께 투여한 수액의 성분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뒤늦은 응급조처에 대한 사과보다 법적 절차를 먼저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가족의 주장은 사실과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해당 병원장은 "환자 상태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어렵지만 당뇨 외에도 신장 등에 질환이 있는 상태였다"며 "환자에게 투여한 수액도 비타민과 생리식염수, 소염제 등으로 의학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약품"이라고 밝혔다.
뒤늦은 응급조처에 대한 지적에는 "가족이 주장한 심정지 시각과 병원이 인지한 시각은 차이가 있다"며 "환자의 상태가 악화한 것을 파악하고 다른 업무를 배제한 채 최대한 신속하게 조처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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