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무분별한 ‘전문병원’ 표현 사용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법원 판결문에서 의료법에 의해 지정되지 않은 ‘OO전문병원’이란 표기가 등장하자 의사회에서는 “적확한 용어 사용에 주의해야 하는 법조인들이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일반인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며 개선을 요청하고 나섰다.
공적 문서인 판결문에서 법으로 정해지지 않은 전문병원 표기가 남발된다면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결국 환자가 안전하지 않은 시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병원을 운영하며 탈세행위를 한 병원장에게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사건요지 및 처분경위를 설명하며 ‘미용전문병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에 대한성형외과의사회(이하 성의협)와 전문병원협의회는 “현재 의료법에 의해 지정된 ‘미용전문병원’은 없고 이는 잘못된 표현”이라며 “공신력을 가진 판결문에서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으면 일반인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판결문에서는 서울고등법원과 서울행정법원이 각각 ‘노인전문병원’, ‘치매전문병원’과 같은 표기가 사용되기도 했다.
전문병원은 특정 진료과목이나 특정 질환에 대해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기관을 지칭한다.
의료법 제3조의5 ‘전문병원의 지정 및 평가 등에 관한 규칙’에서 정하는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한다. 2018년 기준 108곳의 의료기관이 ‘보건복지부 지정 전문병원’으로 등록돼 있다.
진료과목별로는 ▲산부인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이비인후과 ▲안과 ▲재활의학과가 있다. 질환별로는 ▲뇌혈관 ▲관절 ▲대장항문 ▲수지접합 ▲심장 ▲알코올 ▲유방 ▲척추 ▲화상▲주산기(모자)가 있다. 한방 과목으로는 한방중풍, 한방척추, 한방부인과가 있다.
앞서 온라인 등을 통해 ‘OO전문병원’이란 표현을 사용한 불법광고가 논란이 되며 의료계는 지정되지 않은 의료기관이 해당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에 꾸준히 의견을 전달했다.
전문병원’을 표방한 불법광고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모습이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이번에도 400개가 넘는 의료기관이 불법광고 혐의로 적발됐다.
서울 某 대학 로스쿨 교수는 “판결문에서 표기상 편의를 위해 의료법이 정하지 않은 ‘OO전문병원’이란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며 "원칙적으로 따지자면 법으로 지정되지 않은 전문병원 표기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지적은 타당하다”고 말했다.
성의협 관계자는 “무엇보다 환자 안전을 위해 법조인들이 솔선수범해서 정확한 표현을 사용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