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뇌(腦) 질환이 시야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강자헌‧김태기 교수팀은 최근 뇌하수체 종양이 커지면서 가장 먼저 시신경 교차 부위를 압박해 시력 저하 등 시야 이상이 발생할 수 있음을 밝혔다.
연구팀 따르면, 뇌하수체 종양으로 병원에 처음 방문한 주된 증상 중에서 가장 흔한 증상은 두통(26.2%)이며, 유즙분비‧생리불순(17.0%), 말단비대증상(13.7%)에 이어 시력 저하가 12.4%로 나타났다.
실제로 뇌하수체 종양으로 안과에 의뢰된 환자 중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54.4% 환자에서 시신경 교차 부위 압박이 관찰됐고, 시야 정밀검사 결과 43%가 시야 이상을 보였다.
또한 뇌하수체 종양의 부피가 커질수록 시력 저하 및 시야 결손 정도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악화됐다.
시력 저하로 안과를 방문했다가 뇌하수체 종양으로 진단받는 경우도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안과를 가장 먼저 방문한 뇌하수체 종양 환자의 84.2%가 시력 저하를 호소했다.
김태기 교수는 “실제로 노인성 백내장수술 후에도 시력 저하가 지속돼 정밀검사 후 뇌하수체 종양으로 진단받은 경우도 있다”며 “눈이 침침한 증상이 있으면 검진을 받는 것이 좋고 백내장이나 녹내장 등 시력이 떨어질 만한 다른 확실한 원인이 없는 경우 시야 정밀검사를 통해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뇌하수체 종양은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주느냐에 따라 비기능성과 기능성으로 나뉜다.
비기능성 종양이 뇌 속에서 커지면서 시신경을 눌러 시야가 양쪽 끝부터 좁아지는 시야 감소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김태기 교수는 “시력저하 및 시야 결손은 뇌하수체 종양 치료 후 호전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돼 시신경 압박이 심해지기 전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뇌하수체 종양 치료는 콧속으로 내시경을 넣어 흉터 없이 간단하게 종양을 제거할 수 있다. 이를 내시경 뇌수술(Endoscopic neurosurgery)이라 하며 최소침습적 수술의 핵심기술로 불린다.
신경외과 이승환 교수는 “수술 후 출혈과 통증이 적어 입원기간도 많이 단축됐지만, 미세한 조작이 요구되는 고난도 수술이기 때문에 내시경 수술을 전문으로 하면서 많은 경험을 가진 전문의에게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