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성 경험이 있는 청소년 14명 가운데 1명(7.3%) 꼴로 성병에 걸린 경험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첫 경험을 한 나이가 어릴수록 성병에 걸릴 위험도는 높아졌다.
박은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은 2007∼2013년 국내 남녀 중고등학생의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연구팀은 전체 설문 응답자 52만6천857명 가운데 성 경험이 있다고 밝힌 청소년 2만2천381명의 첫 경험 나이와 성병의 관계를 분석했다.
성 경험이 있다고 밝힌 청소년은 전체의 4.24%였고, 이들은 평균적으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는 시기인 만 15.1세(남 15.2세·여 14.7세) 때 처음으로 성 경험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성 경험이 있는 청소년 가운데 임질, 매독,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등 성병에 감염된 적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7.3%(남학생 7.4%, 여학생 7.5%)였다.
첫 경험의 나이와 성병 위험도의 상관관계를 살펴본 결과 어린 나이에 성관계를 경험할수록 성병 위험도가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여학생은 고3을 기준(1.00)으로 고2(1.64배), 고1(1.39배), 중3(2.00배), 중2(2.08배) 등으로 위험도가 점차 증가했다. 그러다 초등학교 4학년에 첫 경험을 한 경우의 성병 위험도는 8.93배로 훌쩍 뛰어올랐다.
심지어 초등학교 이전에 성관계를 경험한 것으로 파악된 여학생은 성병을 경험한 위험도가 무려 18배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의 성경험이 자발적인지, 강제적인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아 위험도에 신뢰성을 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남학생의 경우 성병 위험도는 고2(1.33배), 고1(1.59배), 중3(2.31배), 중2(3.53배) 등이었다. 역시 첫경험 나이가 어릴수록 성병 위험도가 꾸준히 증가하다 초등학교 이전에 성관계를 경험한 응답자의 성병 위험도는 10.81배까지 높아졌다.
박은철 교수는 "초등학교 이전에 첫 경험을 했다고 밝힌 응답이 많아 연구팀에서도 의아했다"며 "분석된 수치에 의구심은 가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성관계를 가진 청소년이라면 성병에 걸릴 위험이 더 높을 수 있다는 것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린 첫 경험 나이 외에도 콘돔을 사용했는지에 따라서도 성병 위험도가 크게 달라졌다. 콘돔을 항상 사용한다고 밝힌 남학생의 성병 발생 위험도는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비교군의 절반(0.57배) 수준에 그쳤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전체적으로 2차성징 발현 시기에 성병 위험이 갑자기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차성징 때는 신체가 성숙해지는 단계로 면역체계가 성숙해지고 호르몬이 변화하면서 신체가 약한 시기이기 때문에 외부 자극에 대응하기는 힘든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의무 성교육 15시간을 정해두고 있지만 학생들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며 유익하지 않다는 반응"이라며 "학생들이 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측정하고, 현행 성교육 내용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 '청소년의 성병감염과 첫 성경험 나이'는 국제학술지 성의학저널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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