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고(故) 신해철씨 사망은 수술 후 복막염 징후를 무시하고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의사의 과실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3일 수사를 마무리하고 신씨를 수술한 S병원 강모(44) 원장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 원장은 지난해 10월 17일 오후 4시 45분께 송파구 S병원 3층 수술실에서 신씨를 상대로 복강경을 이용한 위장관유착박리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강 원장은 신씨의 동의 없이 위축소술을 병행 시술했고, 이후 소장과 심낭에 각각 1㎝와 3㎜의 천공이 생겼다.
경찰 측은 "수술 과정에서 생긴 손상에 염증이 생겨 구멍이 뚫리는 지연성 천공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후 신씨는 고열과 백혈구 수치의 이상 증가, 마약성 진통제가 듣지 않는 심한 통증, 심막기종과 종격동기종 등 복막염 증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강 원장은 "통상적인 회복과정"이라면서 적절한 진단 및 치료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경찰의 조사 결과다.
S병원 의료과실 여부에 대한 감정을 맡았던 대한의사협회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역시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경찰에 따르면 두 기관은 "신씨가 지난해 10월 19일 퇴원하기 전 찍은 흉부 엑스레이에서 기종 등이 발견돼 이미 복막염 증세가 진행되는 것이 보이는데도 위급 상황임을 판단 못 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10월 19일 검사에서 백혈구 수치가 1만 4천900으로 나왔는데 이는 복막염을 지나 이미 패혈증에 이른 상태로 어떤 조건하에서도 퇴원이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신씨는 퇴원했고, 같은 달 20일 새벽 38.8도의 고열과 통증을 호소하며 다시 병원을 찾았으나 강 원장은 "수술 이후 일반적인 증상이고 참아야 한다. 복막염은 아니니 안심하라"면서 마약성 진통제와 산소만 투여했다.
신씨는 재차 퇴원했다가 같은 달 22일 심정지를 일으켰고, 아산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27일 결국 숨졌다.
강 원장은 경찰에서 "신씨가 연예활동 때문에 퇴원해야 한다고 말해 막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강 원장은 신씨를 입원시킨 뒤 검사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했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강 원장은 도리어 통상적 회복과정이라며 환자를 안심시키는 잘못을 저질렀다"면서 "강 원장은 복막염을 지나 이미 패혈증 단계에 이른 상황을 진단 못 한 채 적극적 원인규명과 치료를 게을리 한 점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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