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인은 급성 골수성백혈병이 의심되어 한 대학병원에 내원하였고, 병실이 준비될 때까지 응급실에 입원하였다. 새벽 1시, 병원은 망인의 보호자에게 귀가하여도 좋다고 허락하였고, 새벽 3시에는 망인에 대한 소변량 측정 교육이 행하여졌으며, 새벽 4시 20분까지도 망인에 대한 채혈이 이루어지는 등 망인의 안전에 대한 주의가 소홀하지는 아니하였다. 그러나 마지막 채혈 후 불과 1시간가량 지난 새벽 5시 30분, 망인은 침대에서 떨어진 상태로 발견되었고 결국 오전 8시 경 사망하였다.
위 사건에서는 병원에게 망인의 낙상을 방지하지 못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와 망인의 낙상 자체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한 과실이 있는지가 특히 문제되었다.
병원이 망인의 낙상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한 과실에 대하여 법원은, 일반적으로 병원들이 4시간 간격으로 활력징후를 관찰하는데, 불과 한시간 전까지는 아무런 이상 징후가 없었고, 새벽 4~5경은 환자들이 보통 잠을 자는 시간이어서 움직임이 적은 점 등을 고려할 때, 망인의 낙상이 뒤늦게 발견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망인이 급성 골수성백혈병이 의심되는 특수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병원이 망인에 대하여 위험상황을 충분히 설명하는 등의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과실을 인정하였다. 망인의 증상은 의식소실이 나타날 수 있는 경우이고 입원 직후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아 피로감, 쇠약감, 빈혈 등의 증상이 있었으므로 망인은 낙상 고위험군 환자에 속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병원이 환자 및 보호자에 대하여 낙상 주의 설명을 하고 안내문을 교부하며, 보호자에게 특별히 자리를 비우지 말 것을 당부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아니한 부분에 대하여 과실을 인정한 것이다.
위 소송과정에서 병원이 환자 및 보호자에게 낙상 위험에 관한 설명을 하였고, 설명 및 지도를 하였다는 사실이 간호기록지 등에 기재되어 있었다면 판결의 결과는 매우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병원은 소송이 종결될 때까지 설명 사실이 기재된 문서 등을 제출하지 못하였고, 관련자의 신빙성 있는 진술도 확보하지 못하였다.
다른 소송들에서도 환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였다는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경우, 의료인측이 증인 등을 동원하여 설명하였음을 입증하려고 노력하여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개별 환자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주의점을 설명한 후 문서로 기재하는 것은 사소해 보일 수 있으나 환자의 안전 확보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절차이며 의료진의 노력을 헛되이 하지 않는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