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이 과중한 업무로 유산을 비롯해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했다고 주장한데 이어 여성전공의 출산과 관련한 문제가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출산에 따른 여성전공의 수련환경 실태와 개선방안’에 따르면 많은 여성 전공의들이 조산 및 유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2010년 한국여자의사회에서 실시한 설문에 다르면 여성 전공의 33%가 자녀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를 원하는 경우에도 한 명의 아이만을 갖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57%에 달해 향후 여의사들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여기에는 여의사가 임신을 해도 출산휴가 3개월을 신청할 경우 동료 업무 과중 등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해당 연구는 현재 임상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의사 8명, 남자의사 2명과 전국 의료기관 전공의 수련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병원협회 관계자 1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됐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심층면접을 한 여성 의사 8명 중 3명이 조산이나 유산 경험을 갖고 있었고, 아직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 의사도 주위에서 유산경험을 목격했다”고 소개했다.
인터뷰 참여자 중 실제 조산을 경험한 1명은 “양수가 미리 터져 2개월 빨리 출산을 했다. 애가 인큐베이터에서 주사바늘 꽂고 사경을 헤맸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유산을 경험한 당사자도 있었다. 그는 “펠로우 때 유산을 1번 했다. 입덧을 10달 내내 하는데 임신했다고 외래를 빼달라고 할 수도 없는 문제라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남자들이 이해를 잘 못하고 티를 내면 무시할까봐 힘든 내색을 하기 싫었다”고 덧붙였다.
유산을 경험한 다른 여의사 역시 아픈 기억을 회상했다. 이 여성은 “파견근무가 많아서 비행기를 타야하는데 방사선과 전자파 노출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리스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직접 조산과 유산을 경험하지 않았지만, 이 같은 주변 이야기에 여성 의사들은 안타까움을 표한다.
인턴 생활을 같이 했던 동료가 유산한 것을 목격한 이는 “검사실 같은 경우 서 있는 경우가 많다보니 초기에 유산될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 같은 여성 의사들의 조산과 유산에 대한 직·간접적 경험을 분석한 의료정책연구소는 “전공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로 임신을 한 상태에서 전공의 일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출산 해결 위해 3개월 추가수련 조항 폐지 타당"
한편, 최근에는 전공의 기간 2회 출산한 경우 3개월의 추가수련을 받도록 돼 있는 병원협회의 전공의 수련 표준안이 논란을 빚고 있다.
해당 수련 표준안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05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출산휴가 사용 시 추가수련 요구 금지, 2회 이상 출산휴가 사용 전공의의 추가수련 기간 탄력적 적용을 권고하는 등 여의사들의 수련과정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힌데 따라 조정된 것이다.
이와 관련, 의료정책연구소는 "여전공의 저출산 개선 방안으로 향후 2회 출산 시 3개월 추가수련을 받아야 하는 조항을 폐지시키는 거이 타당하다. 실질적으로 관련 전공과목에 대한 교육프로그램 실시를 통해 성과를 올리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