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리수술 문제와 관련해 의료기기업체 직원의 수술 참관 근절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사용을 해봐야 하는데, 수술 전 의료기기를 사용하려면 비용이 발생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정성균 기획이사 겸 대변인은 지난 17일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의료인의 사전 연습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정 대변인은 “수 십에서 수 백만원 하는 의료기기를 사전에 사용할 경우 그 비용을 정부가 보전해 주지 않는다”며 “의사가 수 백만원씩 손해를 보면서 수술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중 특히 치료재료의 수가 보전이 제대로 되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그동안 의료계가 꾸준히 지적해왔다.
결국 새로운 의료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의사가 사전에 의료기기 사용을 해보기 어려운 만큼 의료기기업체 직원이 수술실에 들어와 사용법에 대해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신규 의료기기에 대한 의료인 트레이닝 문제는 이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새로운 기술과 장비가 지속적으로 도입되는 의료 현실에서 적절한 트레이닝 여부를 살피는 동시에 체계적인 의료인 훈련제도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의료기관 내 새로운 의료기기 도입시 의료인을 트레이닝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협 대변인의 발언은 자칫 환자안전 보다 비용 문제를 이유로 의료기기업체 직원의 수술 참관을 용인할 수도 있다고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환자안전을 위해 사전에 의료기기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정 대변인은 “그럼 의료기기를 먼저 사용할 경우 그 비용은 어떻게 하나. 의사가 손해를 감수해야 하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의료기기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집도의가 완전하게 숙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의사가 전혀 모르는 의료기기를 갖고 의료기기업체 직원이 시키는 대로 수술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환자단체 “환자를 마루타 취급하는 것인가” 비판
정 대변인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환자단체는 유감을 표명하며, 어떤 식으로든 수술실에 의료기기업체 직원이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의료기기업체 직원은 무자격 비의료인인데 어떤 이유에서든지 수술실에 들어가서는 안된다”며 “의료기기에 대해 익히는 것은 사전에 환자가 없을 때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의협 대변인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매우 유감”이라며 “꼭 수술실 내에서 의료기기업체 직원이 의사에게 설명을 하거나 도와야 한다는 것은 환자 입장에서는 완전 생체실험을 당하는 마루타가 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발언이 의협 공식 입장이라면 앞선 대국민 사과의 진정성에도 의구심을 표할 수 밖에 없다”며 “지금은 의사면허 권위를 높이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할 때인데 이런 얘기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일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