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암병원의 로봇수술 시작은 세브란스보다 한 발짝 늦었지만 이미 해외에서 로봇수술을 접해온 의료진을 밑바탕으로 역량면에서는 선도적인 입지를 굳히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4세대 로봇인 ‘다빈치 Si'를 도입하며 수술실을 확대하는 등 병원차원에서도 집중 투자를 받고 있는 모양새다.
천준 로봇수술센터장[사진]은 “현재 로봇수술 1500례 정도를 달성했는데 서울아산병원과 같은 병원 규모, 지원시스템 등이 있었다면 지금보다 9배는 더 높은 실적을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이어 천 센터장은 “병원 규모가 커지고, 교수가 늘어나면 수술횟수 역시 많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단순히 숫자를 가지고 적다 혹은 많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술기 등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나타나는 업적이 이미 수술의 질을 입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로봇센터에는 천준 교수를 비롯해 대장·직장암 로봇수술 세계 표준으로 꼽히는 김선한 교수, 전(全)단계 방광암 수술을 실시하는 강석호 교수 등의 의료진이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천 센터장은 “객관적으로 평가해도 센터 내 의료진의 실력은 1등”이라며 “수술실에 들어가면 로봇수술을 참관하기 위해 의료진이 와 있는 것을 종종 본다”고 전했다.
의료진뿐만이 아니라 해외 환자들 역시 세계적으로 저명한 논문에 실린 고려대 안암병원의 로봇수술 명성을 듣고 찾아오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증언이다.
의료진 실력이 바탕이 되다보니 이번에 새로 도입한 다빈치 Si 역시 별다른 인터벌(시간적 간격) 없이 2~3일 간 세팅을 마치자마자 실전에 투입됐다.
천 센터장은 “새로운 기종이지만 이미 의료진이 해외에서 각각 접해본 경험이 있어 수술에 바로 투입될 수 있었다”며 “당초에는 새로운 로봇을 도입하면서 기존에 있던 로봇을 50% 수준으로 운영하려 했지만 수술 일정이 많아 2대 모두 100% 풀 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로봇수술 어렵고 새롭지만 환자 위한 치료로 자리매김해야”
이처럼 각 분야에서 명의로 꼽히는 의료진의 명성을 등에 업은 로봇센터지만 천준 센터장이 고려대 안암병원 로봇수술의 장점이자 비전으로 손꼽는 것은 ‘협진’과 ‘젊은 의료진’이다.
협진과 젊은 의료진을 통해 지금까지 도전하지 못했던 로봇수술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천 센터장은 “우리 센터에 다른 곳이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이 있다면 교수들이 경쟁의식 없이 자신이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으면 다른 교수에게 부탁하고 배우려 한다는 점”이라며 “수술실 스케줄 역시도 본인의 수술보다 급한 환자가 있으면 최대한 조정을 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환자가 복합성 암 질환자가 많다보니 포기하거나 수술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로봇센터 내에서는 협진이 완벽하게 진행되다보니 어떤 형태의 복합성이 결부된 수술이라도 각 분야의 정통한 교수들이 맡은 영역을 소화해 낸다”고 전했다.
또한 천 센터장은 이 같은 병원의 투자와 교수들의 노력으로 행해지는 로봇수술의 최종목적은 ‘환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로봇수술로 인해 병원수입, 교수명예 등을 얻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라며 “환자가 새로 개발된 수술로 이전에 도움 받을 수 없었던 치료를 받고 건강해지는 것이 최종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동반돼야 할 것이 바로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 대한 로봇수술의 개발이다. 천 센터장은 젊은 의료진이 이 같은 몫을 해낼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천 센터장은 “현재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교수들이 표면화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들보다도 현재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자 하는 젊은 의료진에 주목해야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전립선암 로봇수술이 많은 것은 그만큼 할 줄 아는 교수가 많기 때문”이라며 “방광암 로봇수술이 가능해진 것은 세계적으로 시도하지 않고 있는 분야를 접근한 노력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천 센터장은 “이제 막 로봇수술을 시작하는 젊은 의료진에게도 아낌없이 지원한다면 현재 다루고 있지 않은 나머지 분야도 조만간 고려대 안암병원 로봇센터가 석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