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에 대해 내과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우회의 길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외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힘을 쏟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대한외과학회 한원곤 회장(강북삼성병원)[사진]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제66차 추계학술대회에서 '세계 속 한국 외과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한 회장강연을 통해 이 같이 진단했다.
한 회장은 "일각에서 내시경실을 내과 주도 하에 외과에 할애해 주지 않아서 못한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영상의학과 등이 시대적 흐름을 간파하고 지속적 관심을 기울여 위기를 극복했던 사례를 거울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패러다임 전환에 있어 외과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작금의 위기가 도래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회장은 "사실 1977년 7월 의료보험이 시작됐지만 당시 외과가 '파이'에 대해 신경을 너무 못썼다"며 "보험 수익 외에도 다른 영역이 있다보니 크게 개의치 않았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위기 상황에 대해 떠올렸다.
분명한 것은 "받아야될 수준보다는 적은 파이를 받았는 점"이라고 표현했다.
한 회장은 "결국 27년여가 흘렀지만 당시 '파이'의 비율은 늘어나지 않았다"면서 "전체 파이 크기는 늘었을지 몰라도 비율은 그대로다. 정부에 이의를 제기해봐도 번번이 거부당했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한 회장은 "한국 외과의 현실을 돌아보면 의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현 건강보험정책에 적응했다고 봐야 한다. 오랜 기간 생존법을 터득한 것"이라며 해석했다.
그는 "낮은 건강보험 수가를 비롯해 지금의 건강보험 정책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수 십 년 전에 비해 수익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 적응력이나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방법을 터득한 것은 살아남기 위한 적응이었다"고 덧붙였다.
한 회장은 "로봇수술이 더 늘어 패러다임이 또 한 번 변화하겠지만 외과의사가 '기계'에 흔들려서 되겠나. 기계보다 못한 외과의사로 살 순 없는 것 아닌가"라며 "외과는 삶의 질 향상, 장애 교정 수준이 아니라 생명을 구하는 필수의료"라고 힘줘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첨단 의술을 펼치는 '전문가'로서 위상을 공고히 하고 전공의 교육을 현실화해 우수 인재 양성에 힘을 쏟자는 제안이다.
이어 그는 "의사보조인력(PA) 등 대체 인력 확보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외과의사들이 병원 안팎에서 정책 결정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정부에는 현실과 부합하는 의료정책제도 수립을 거듭 촉구했다.
한 회장은 "수술에 대한 적정수가가 책정돼야 한다"면서 "수술 시간 대비 횟수를 제한하는 방법과 전문의 가산제도 등을 통해 외과 전문의 일자리 확보에도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