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이 로봇수술의 ‘성지’(聖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로봇수술 1만건를 돌파한데 이어 아시아 최초로 '다빈치 Xi'(da Vinci Xi Surgical System)를 이용한 표준 수술법 정립 연구를 진행한다.
다빈치 Xi는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사가 최근 출시한 새로운 로봇수술 플랫폼이다.
기존 Si모델에 비해 더 정교하고 신속한 수술이 가능해진게 특징이다. 팔 길이는 5cm 더 길어지고, 폭은 4cm 얇아져 복강 내 어느 부위로든 접근이 자유롭다.
또한 팔 4개 중 어디라도 카메라를 장착할 수 있어 로봇 위치 조정 없이도 다양한 각도에서 수술이 가능하다.
카메라가 내시경렌즈 바로 뒤에 설치돼 집도의는 더 선명한 3D-HD 비전으로 세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특히 기구(Instrument) 설치 과정인 ‘도킹’을 약 1분30초 만에 완료할 수 있어 수술 시간도 눈에 띄게 단축됐다.
해당 모델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세브란스에 도입돼 비임상 연구를 통한 수술법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세브란스 의료진의 Xi 수술법이 아시아 표준이 될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세브란스병원이 다빈치 수술법에 관한 또 하나의 역사를 쓸 수 있게 된 것은 그 동안 의료진이 세계 로봇수술 트렌드를 이끌어온 덕분이다.
세브란스는 단일기관으로는 가장 많은 수술용 로봇 5대와 트레이닝용 로봇 3대를 보유하고 있다.
2005년 7월 다빈치 수술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이후 10여개 질환 분야에서 연간 1800여 건의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특정 과에 편중되지 않고 일반외과, 비뇨기과, 이비인후과, 부인과, 흉부외과 등 여러 과가 협력 다양한 수술을 시행 중이다.
40여 명의 의사들이 ▲갑상선암 ▲위암 ▲대장암 ▲간암 ▲담도암 ▲방광암 ▲전립선암 ▲자궁경부암 ▲난소암 ▲두경부암 ▲식도암 ▲폐암 등 주요 암 수술에 로봇을 이용한다.
이 밖에 승모판역류증 등 심장질환이나 척추신경종을 포함한 여러 종양 제거 수술에도 로봇을 활용한다.
지난해 이미 전체 수술 1만 건 돌파하는 등 활발한 임상은 갑상선암, 위암, 대장암 등에 관한 새로운 로봇 수술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아울러 국내에서 처음으로 ‘로봇 싱글사이트(단일공) 담당절제술’을 시행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술기 덕분에 세브란스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아시아에서는 홍콩에 이어 두 번째로 ‘국제 로봇수술 트레이닝 센터’를 설립했다.
트레이닝 센터는 로봇 시스템 사용법과 술기를 익힐 수 있는 완벽한 교육 프로그램 및 설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빈치 Xi도 이곳에 있다.
교육 연수를 시작한 이후 2014년 기준으로 33개국에서 1042명 의료진이 교육을 받았다. 최근에는 의료진뿐만 아니라 외국인 환자들까지 로봇수술을 받기 위해 세브란스를 찾고 있다.
최영득 로봇수술 센터장은 “로봇 자체도 중요하지만 화룡점정(畵龍點睛)은 의료진의 뛰어난 술기”라며 “세브란스 의료진의 술기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고 말했다.
세브란스 로봇수술센터는 최영득 센터장을 필두로 산부인과 남은지 교수, 비뇨기과 한웅규 교수, 외과 민병소 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들이 Xi 표준 수술법 연구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최영득 센터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환자에게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술법을 정립하고 교육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초침습수술 영역 확장도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