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논란 불구 로봇수술 대세…국산 장비 승산?
美 인튜이티브서지컬 '다 빈치' 사실상 독점…'개복수술 제외 틈새시장 노려야'
2015.05.06 20:00 댓글쓰기

로봇수술 장비 대명사는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 ‘다 빈치’로 일컬어진다. 다 빈치는 로봇수술 시장에서 맞수가 없을 정도다. 이에 따라 후발주자인 국내 업체들이 승부를 보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전략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로봇수술은 아직 국내 의료계에 널리 보급되진 않았다. 비싼 수술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인식 때문이다.

 

A대학병원 교수는 “고가의 장비이고, 보험 적용이 되지 않다보니 개복수술보다 비용이 높을 수 밖에 없다”며 “환자 수술 상담 시 경제적 여건을 고려해서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한국보건의료원은 전립선암 로봇수술 비용이 현재보다 절반 가까이 떨어져야 경제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로봇수술이 향후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수술 후 입원비, 일상생활 복귀 시기 등을 고려한다면 수술비용 자체가 높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B대학병원 교수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최근 출시된 다 빈치 장비는 최소침습수술에 최적화돼 있다”며 “퇴원 일정을 개복수술에 비해 훨씬 앞당길 수 있다. 그렇다면 단순히 수술비용만 비교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튜이티브서지컬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임상적 유용성과 더불어 환자의 빠른 일상생활 복귀를 돕기 위한 수술 사례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고 전했다.

 

Espicom은 수술로봇, 재활로봇, 기타 등을 포함한 의료용 로봇이 연평균 20%씩 성장하고 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문제는 인튜이티브서지컬과 같은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력 격차를 국내 업체들이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한 재활로봇은 각종 전시회에서 선보이고 있지만, 수술로봇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 한화 등 대기업에서 사업 투자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미지수다.

 

현재 현대중공업은 서울아산병원과 공동으로 심혈관 관련 수술로봇 장비 개발에 임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바이오·메디칼 코리아’에서 전시부스를 운영했다. 5년 내 상용화가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후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다.

 

국내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로봇을 포함한 수술용 장비 개발은 단기간 내 이룰 수 없는 분야”라며 “대기업 투자 소식은 국내 의료기기 산업 발전에 긍정적이긴 하다. 단, 정확한 개발 목표와 의료진과 협업을 통해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줄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비인후과 등 ‘미개척’ 진료과 대상 연구 필요

 

한양대학교 이병주 교수(전자공학부)는 최근 발표한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보고서에서 국내 수술로봇 개발 방향에 대해 짚었다.

 

▲현장 요구를 반영치 못한 개발 ▲안전성을 고려하지 않는 개발 ▲사용자 불편함 ▲가격 부적정성 ▲개발자 의지 부족 ▲상품화 과정에서의 실패 등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이병주 교수는 “수술로봇은 무엇보다도 현장 의사들과 개발하는 엔지니어 간 충분한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인식된다”며 “개념 확립 단계에서부터 개발 그리고 임상을 통한 상품 등록의 단계까지 아주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술로봇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면 의료기관은 의료용 로봇 도입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이 감소될 수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의료용 로봇 수술비용 또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이병주 교수는 “다 빈치는 수술 도구들이 커서 개복수술 대용으로 주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비인후과와 같은 작은 수술도구만을 이용하는 분야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소침습 미세수술로봇과 같이 다 빈치가 활용되지 않고 있는 진료과를 대상으로 한 연구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인튜이티브서지컬 관계자는 “우리는 경쟁사가 등장하는 것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로봇수술에 대한 인식 개선과 수술비용 감소 효과가 있다면 궁극적으로 환자들에게 좋은 것 아니겠는가”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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