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이사회는 28일 오후 교내 호암교수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이 출석한 가운데 과반 득표로 박용현 前 두산그룹 회장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서울대는 지난 2011년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된 이후 총장이 초대 이사장을 겸한다는 규정에 따라 오연천 前 총장이 이사장직을 맡아왔다.
하지만 오 전 총장이 임기를 마친 20일 이후 서울대 이사장은 공석이었고, 이사를 맡고 있던 박용현 前 회장이 임시 이사장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번에 학외 인사인 박용현 前 회장이 이사장으로 선출되면서 서울대는 총장과 이사장 이원체제를 갖추게 됐다.
서울대 이사회는 총장, 부총장 2명, 교육부 차관, 기획재정부 2차관 등 당연직 5명과 학내외 인사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총장 선임과 정관변경, 예·결산 등 대학운영의 주요 사항을 의결하는 학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만큼 이사장은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다.
무엇보다 이번 박용현 이사장 선출이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의사 출신 실세 등장이라는 점이다.
실제 故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4남인 박용현 신임 이사장은 서울의대 졸업 후 서울대병원 교수로 임용돼 병원장까지 지내며 주로 의학계에 몸담아 왔던 인물이다.
형제들이 돌아가며 경영권을 맡는 두산그룹 전통에 따라 지난 2007년 서울대병원을 떠나 두산건설 회장에 취임했고, 2009년부터 2012년까지는 두산그룹 회장을 역임했다.
지난 2011년 이사장 체제 전까지 총 3명의 의사 출신이 학내 최고 결정권자인 서울대학교 총장 자리에 오른 바 있다.
제6대 총장을 지낸 윤일선 박사는 일본 교토제국대학 의학부 졸업으로, 1956년 7월부터 1961년 9월까지 서울대 총장을 역임했지만 모교 출신은 아니었다.
제11대 12대 총장을 잇따라 역임한 한심석 박사는 서울의대의 모태인 경성제국대학 의학부 졸업생으로, 1970년 11월부터 1975년 5월까지 5년 간 서울대를 이끌었다.
제15대 총장이자 보건복지부(당시 보건사회부) 장관을 지낸 권이혁 박사 역시 서울의대를 졸업한 순수 모교 의사 출신이다. 재임기간은 1980년 6월부터 1983년 10월까지였다.
이후 서울대는 무려 30년 넘게 의대 출신 총장을 배출하지 못했으나 이번에 박용현 前 회장이 이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새역사를 쓰게 됐다.
한편 박용현 이사장은 서울대 법인 전환 초기인 2011년 말 초대 이사로 선임됐고, 지난해 12월 연임한 만큼 이사 임기 2년 가운데 남은 1년 6개월 동안 이사장직을 수행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