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지호 기자] “선배님들이 참 미웠다. 변화를 주장하지만 변화하지 않는 게 외과 의료계다. 전공의는 군대로 치면 이등병인데, 왜 이등병이 의정협의체 협상단에 나가게 됐는지 고민해달라.”
한재민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지난 29일 2021 대한외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의정협의체 참여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한 회장은 이날 발표에서 젊은 새내기 의사로서 외과 의료계 전반에 대해 거침없이 발언을 쏟아냈다. "변화가 필요한 외과 의료계인데 말로만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회장은 “병원이라는 공간을 그저 유지하기 위해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에 서서 각자의 위치에, 각자의 기능만 하고 있는 '치료'를 대량 생산하는 공장에서 일하는 게 우리 스스로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과 수련을 3년으로 줄이면서까지 위기의식에 공감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전공의가 병원 운영을 위한 부품과 기능으로서만 치부되는 게 아닌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수련시간 부족도 지적했다.
그는 “수련을 통해 전문성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전문의 자격증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외과의원이라는 간판을 붙이기 위한 외과의사로서의 정체성을 스스로 포기토록 하는 행위를 그만해야 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이어 “외과의사가 스스로 요양병원에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앞으로 전문의 자격증이 갖는 의미가 무엇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해보게 된다”며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다.
“필수의료 육성 위한 의정협의체 협상단에 정작 '외과의사' 한명도 없어”
한 회장은 ‘필수의료 육성 관련 의정협의체 진행사항’을 소개했다. 우선 그는 필수의료 관련 의정협의체 협상단 구성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가 소개한 내용에 따르면 의정협의체 협상단은 내과 개원의(시도의사협 임원), 정신건강의학과 개원의(의협임원), 신경외과 병원장(의협임원), 전공의 인턴이었다.
필수의료 육성 개선 방안을 주장해야 할 의정협의체 구성단 중 단 한 사람도 외과계 전문의가 없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협상단 추진 내용으로 그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관련 논의사항을 소개했다.
한 회장은 “기존 보장성 확대 계획 이외 추가적 보장성 확대 급여 우선 순위가 합리적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의정간 별도 합의체를 상설 운영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필수의료 분야(응급, 외상, 심뇌혈관질환, 분만, 감염병 등) 범위를 확정했고 필수의료의 원활한 제공을 위해 복지부, 의사협회, 병원협회, 중소병원협회 전문가 등으로 자문단 구성하고 운영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한 회장은 “지역책임병원 자문위원회도 곧 구성해 개선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기로 했다며 외과에서 몇 명이 나갔는지는 따져보기로했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의정협의체 추진단 향후 과제로 필수의료 인력 관리와 지역 책임병원과 지역 병의원 간 협력체계 개선을 꼽았다.
그는 "필수의료 적정수가 개선과 예산 확보방안을 논의를 위해 외과 전공의들의 적정한 근무시간 보장 및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 전공과 진료 연계 등 진료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개발키로 했다"고 소개했다.
이의 일환으로 지역 주민에게 더 나은 진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보건소, 보건지소 진료기능 및 공중보건의 배치기준 개선방안을 논의키로 한 것이다.
한 회장은 또한 "의정협의체는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진료기능 강화를 위한 여건 조성, 의료기관 간 연계협력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진료의뢰 및 회송방안, 합리적 의료이용 유도 방안 등을 논의키로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