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빅5’라고 불리우는 국내 유수의 대학병원 중 늘 경쟁 관계에 놓여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 공동심포지엄을 통해 윈윈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특히 두 병원 이비인후과가 이미 18년 전부터 함께 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 2년 후면 20살 ‘청년기’에 접어든다. 아산과 삼성의 진료과별 공동 학술대회 중 가장 오랜 연륜을 쌓는 행사가 되는 셈이다.
매년 번갈아 가며 심포지엄을 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서울아산병원이 주최자가 됐다. 행사는 오는 3월20일 서울아산병원 대강당에서 개최된다.
이비인후과 과장 남순열 교수[사진]는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나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와 공동으로 심포지엄을 개최한 지 18회째를 맞이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첫 발을 내딛었을 당시를 떠올려보면 개원의들을 비롯해 요구(needs)가 많았다"고 회고했다.
남 교수는 "이비인후과학회 등에서 제공할 수 있는 학술정보 및 최신 지견도 중요하지만 개원의들로서는 다소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며 "아산과 삼성의 공동 심포지엄을 통해 그들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술기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코자 했다"고 출발 취지를 말했다.
학술심포지엄으로 개원의들과 함께 상생하겠다는 의지가 녹아있을 뿐만 아니라 비록 소규모라 해도 다양한 케이스와 임상 사례를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의미있는 행보였던 것이다.
남 교수는 "대형병원에 국한되는 대규모 임상 스터디는 아니었지만 개원가에서 주로 맞닥뜨릴 수 있는 증상 위주의 질환에 초점을 맞췄다"며 "실제로 비디오 등을 통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장(場)이 마련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과 노력이 맞아떨어졌을까. 초창기 이후 매년 500여명에 가까운 개원의 및 전공의들이 참석해 호응을 이끌어냈다.
남 교수는 "지금은 보톡스, 피부 미용 등 세션까지 포함된 여러 학술대회 및 심포지엄이 생기며 다소 참가 인원이 줄어들었지만 기본적인 참여 수요가 있다"며 "앞으로도 두 병원이 공동심포지엄을 통해 양질의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원가와 상생 방안 고심···소통·배려 기조로 과원들 간 화합·성과 도출
사실 이비인후과가 두경부암 등 중증질환을 연구하고 치료하기도 하지만 최근 급변하는 의료환경으로 인해 다른 ‘항목’에 눈을 돌리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산부인과, 비뇨기과, 흉부외과 등에 비하면 나은 사정이지만 이비인후과 개원의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비록 대학병원에 몸담고 있지만 개원가와의 상생 중요성을 거듭 언급한 남 교수는 "차등수가제 폐지 등으로 이비인후과 숨통이 트이게 돼 다행"이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소통을 확대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여기에는 현재 1만1000여명의 외래환자가 다녀갈 정도로 거대한 대학병원이지만 이비인후과 과장으로서 기본 을 지키겠다는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바로 ‘소통’이다. 당연히 배려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남순열 교수는 "개원가와의 소통도 마찬가지이지만 과 내 소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일방적인 의견 전달은 조직 발전을 방해하는 가장 문제적 요소"라고 꼬집었다.
그도 그럴 것이 레지던트 저년차와 수간호사 갈등을 비롯해 실제 수술실, 진료실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마찰은 수없이 많이 일어난다.
각자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논쟁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데 이를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조직이 운영된다면 평등한 관계는 기대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그러면서 남 교수는 "100%, 200% 양석 성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조직 내 배려와 소통"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과원들 간 한 달에 1회 가량 테이블에 앉아 서로의 얘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이는 효율적인 조직 운영으로 연결되고 결국 생산적인 성과를 도출해 실적으로도 이어진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의 연구성적은 바로미터다. 1년에 50여건에 달하는 SCI급 논문들이 나온다는 것은 그 증거다.
남 교수는 "실적, 논문 등에만 집중하다보면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며 "쌍방향 소통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환자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