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경영손실 예상', '환자 수 급감', '피해 규모 추산은 엄두도 못하고 있음'.
지난 8일 대한의사협회가 7층에 꾸린 '메르스 피해 대응 센터'. 상황실 한 켠에 게시된 이 내용들은 피해 의료기관이 마주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이다.[사진]
전국을 휩쓸고 있는 '메르스 쓰나미'로 일선 병·의원 모두 침통한 분위기다. 특히 확진 환자 발생은 물론 의심 환자 경유 의료기관으로 명단에 오른 이상, 향후 막대한 피해는 비껴갈 수 없을 전망이다.
개원가의 경우 눈에 띄는 환자 급감에 고개를 떨구고 있다. 이미 확진 환자가 거쳐간 상당 수 의료기관의 체감도는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 경기 평택 B의원의 경우는 입원환자가 215명에서 140여명으로 감소, '반토막'났으며 경기 부천 M병원의 경우 휴진 이후 진료 재개 여부가 불명확할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충남 아산 A의원 역시 일평균 130여명을 진료했지만 현재는 30~40명의 환자만 발길을 옮기고 있다는 전언이다.
추가 확진 환자 발생으로 메르스 '리스트'에 오르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전북 순창 C의원은 직원 급여 지급 문제까지 겹치며 재개원 하더라도 회복 불능을 염두할 정도로 비관적이다.
서울 소재 내과 원장은 "12월이나 2월에는 일평균 100여명의 환자를 봤다. 여름 비수기에도 70명 이상이었는데 오늘은 40여명도 채 되지 않는다"며 "메르스 여파가 너무 크다"고 한탄했다.
그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라며 "메르스 환자가 경유한 의원으로 지목되면 '강제' 휴진되는 것인데 할 일 없이 진료실에 앉아 있는 것이나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방 소재 한 성형외과 원장은 "무려 1/10 수준으로 매출이 줄어들 것 같다"며 "이달은 적자를 면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메르스 의심 환자를 진료하면 2주간 격리되고 병·의원도 문을 닫아야 한다"며 "반대로 진료를 거부하면 의료법이나 응급의료법 위반으로 영업정지가 되니 그저 한숨만 나온다"며 성토했다.
이어 "지금 의사들은 메르스에 대한 공포 외에도 폐업에 대한 공포까지 2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극심한 피로도에 중압감까지 의료진 부담 가중
여기에 메르스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확진 환자가 나온 병원에서 근무한다는 중압감에 시름시름 앓고 있는 의료진들이 줄을 잇는 모양새다.
국립의료원의 경우, 메르스 환자 치료를 위해 중환자실과 병동 2개를 폐쇄하고 의사 17명과 간호사 30여명의 간호사를 투입한 상태이지만 공백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안명옥 원장은 10일 라디오에 출연해 "간호사는 그나마 교대근무가 가능하나 17명 의사들은 교체할 인력도 없어 힘든 환경 속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안 원장은 "지금 의료진은 피로도가 아주 심한 상황"이라며 "정말 힘들게 일하는 의료진들을 격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소병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확진 환자 판정을 받은 충북 소재 한 의료기관 관계자는 "메르스 환자와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의료진 10여명이 자가격리되면서 나머지 인원으로만 비상 운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메르스 사태가 계속 이어질 경우 의사들의 피로도가 쌓이고 결국 제대로된 치료를 할 수 없게 된다고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피로도가 많이 쌓이다 보면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게다가 다른 병원들이 메르스 환자 수용을 꺼리기 때문에 업무강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 가운데 정부는 우선 메르스 사태로 환자가 급감한 병원에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대전 건양대병원을 방문해 "의사협회와 병원협회에서 재정 지원과 관련된 요구 사항을 전달하면 정부와 지자체에서 바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 총리대행은 "내년 예산에도 관련된 부분이 반영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며 "메르스 치료 비용은 국가적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음성이든 양성이든 국가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향후에도 피해 우려 업종, 지역, 계층 등이 없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지원대상과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