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서울 서북권 대표 대학병원을 표방하고 나선 은평성모병원(원장 권순용)이 개원 한 달을 맞았다. 종합병원 시설이 부족했던 지역인 만큼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은평성모병원은 전체 808병상 가운데 우선 300병상만을 가동하고 있다. 다소 적은 규모로 출발하는 만큼 최신 시설을 갖추는 데 역점을 뒀다. 병상 간격이 넓은 4인실을 비롯해 ‘완벽에 가까운 감염관리 기준 충족’ 이나 ‘1700억원대 첨단 의료장비와 전산시스템’ 등을 구비했다.
이에 최근 맘카페 등 은평구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소위 병원 이용후기를 비롯해 기존 병원에서 은평성모병원으로 전원을 고민하는 글이 늘고 있다.
실제로 은평성모병원은 개원 한 달이 지난 5월10일 기준으로 일일 외래환자가 1500명을 넘어 2000명 수준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개원에 맞춰 병원 앞에 들어선 신규 약국만 10곳으로, 기존 약국까지 고려하면 훨씬 더 많은 숫자가 경쟁 구도를 펼치고 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에 준하는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음에도 2차병원으로 출발해 진료의뢰서가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이 환자들의 접근 문턱을 낮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 지역 커뮤니티 회원은 “부모님 치매 진료를 멀리 있는 대학병원으로 다녔는데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잘 보는 교수를 추천해 달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가까운 거리 의료기관을 선호하는 소아청소년과 및 산부인과 이용 환자가 많은 맘카페에서도 관심이 높다.
경기도 고양시 지역 맘카페 A회원은 “개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설이 깨끗한 것이 마음에 든다”며 “소아과는 예약을 해도 한 시간 이상 대기해야 진료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B회원은 “아이가 자주 아파 입원을 하는 편인데 가까운 병원으로 옮기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은평성모를 방문했다”며 “다만 선생님들이 많이 없고 환자가 밀리면 어수선한 분위기가 있어서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시설에 비해 진료 절차가 원활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다른 지역 커뮤니티 C회원은 “직원들이 정말 친절했는데 정작 진료에서는 다소 불편을 겪었다”며 "예전에 받았던 것과 다른 처방을 받아 병원을 다시 찾았다"고 밝혔다.
‘기다림 없는 병원’과 ‘신속 진료시스템’ 등을 도입, 제공하고 있으나 운영 초반인 만큼 미흡한 점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자녀를 데리고 응급실을 방문했다고 밝힌 D씨는 “병원이 커서 그런지 규모에 비해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도 벌써 4인실은 다 차서 이용이 어려웠다”며 “5월에 정식 운영을 시작한다고 하니 나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은평성모, 가톨릭 의료 새 시대·새 지평 여는 의료기관 자리매김”
한편 은평성모병원은 지난 5월10일 공식 개원 기념식을 갖고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이날 개원 기념식에는 가톨릭학원 이사장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해 가톨릭대학교 총장 원종철 신부,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 통일부 김연철 장관 등 내외빈 약 500여 명이 참석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축사를 통해 “은평성모병원이 치유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본받아 환우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삶의 희망과 빛이 되는 병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는 “은평성모병원이 아픈 이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존재하는 병원의 의미를 되새겨 환자들을 언제나 따뜻한 손길로 어루만지고 섬기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염수정 추기경 초청으로 방문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훌륭한 병원이 새롭게 문을 열어 기쁘다”며 “남북의료협력에 대한 경험을 갖춘 의료기관으로 남북간 평화의 시대를 맞아 향후 더욱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 밝혔다.
권순용 은평성모병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은평성모병원은 서울성모병원에 이어 로마 교황청의 승인을 받은 2번째 병원으로 가톨릭 의료의 새 시대, 새 지평을 여는 의료기관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역사회에 기반을 두고 주변 1차 의료기관과의 상생 및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웃을 돌보는 영성 구현에 힘쓰겠다”며 “환자 중심의 다학제 협진, 원데이·원스톱 진료, 중증환자 신속 진료시스템으로 ‘기다림 없는 병원’을 통해 차별화된 치유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