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비만을 치료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식사와 운동 습관 등 생활 패턴을 개선하는 것이라는 임상 현장의 의견이 나왔다.
과거 비만을 치료하기 위한 체중 감량 방법은 환자가 하루에 섭취하는 열량 조절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하루에 섭취할 수 있는 칼로리를 제한하는 식이요법이 주로 시행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얼마나 먹느냐 보다 무엇을 먹느냐로 관점이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영양소 배분 조정 및 식사 패턴을 제한하는 식이요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조영민 교수[사진]는 최근 웹심포지엄에서 현대인의 생활습관 중 끊임없이 음식물을 섭취하는 습관을 체중이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발표에 따르면 인간의 생활환경은 가옥 구조 변화로 인해 주방과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배달 음식이 발전하면서 점차 음식을 구하기 쉬운 환경으로 바뀌어 왔다.
현대인들은 자는 시간 외에는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시간이 거의 없다. 야식의 경우 자주 섭취할 경우 습관으로 굳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 경우 식사 시간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비만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조영민 교수는 ‘하루 리듬’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인간의 하루 리듬은 24시간을 주기로 조절되도록 설계됐다. 인체는 눈을 통해 받아들인 빛을 뇌의 시각교차위핵(suprachiasmatic nuclei)에 전달해 각 장기의 하루 리듬을 조절한다.
위장관의 경우 햇빛 뿐 아니라 음식에 의해서도 하루 리듬이 조절된다. 때문에 늦은 시간에 음식을 섭취하는 것은 햇빛에 의한 하루 리듬과 충돌돼 소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아침 식사의 유무 역시 하루 리듬을 조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경우 하루 리듬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점심 식사 섭취 시 혈당이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다.
불규칙한 식사 뿐 아니라 빛공해, 수면부족, 시차, 유전자 변이, 고지방 식사, 호르몬 이상 등도 비만, 대사증후군, 암, 심혈관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는 하루 리듬 교란 인자다.
“시간제한 식이요법·리라글루티드 약물치료 병행시 비만 치료효과 확인”
이와 함께 조영민 교수는 시간제한 식이요법과 리라글루티드 약물 치료를 병행한 환자 증례를 설명했다.
해당 환자는 43세 남자로 BMI 34.3kg/m2의 고도비만인 상태로 병원을 찾았다. 환자는 야식을 즐겼으며 식탐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 교수는 야식을 먹지 못하도록 먹는 시간을 제한하고 나머지 시간 동안 음식 섭취 욕구를 조절할 수 있도록 리라글루티드 3.0mg를 처방했다.
그 결과, 6개월 후 환자의 체중은 104kg에서 92kg으로 감소했고 공복 혈당 역시 112mg/dL에서 94mg/dL로 감소함을 확인했다.
환자를 진료하기 전 최근 몇 년간의 체중 변화와 생활환경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전적 서사(Autobiographical narrative)’를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 체중이 증가하게 된 원인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비만 환자의 경우 체중을 감량할수록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등 다양한 동반 질환의 예후가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체중이 증가하게 된 원인을 찾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리라글루티드의 경우 실제 인체의 GLP-1과 마찬가지로 뇌의 특정 부위에 작용해 포만감을 높이면서 식욕을 조절, 공복감과 음식 섭취를 줄여 체중을 감소시킨다.
강연에서는 또 당뇨병 전단계인 비만 환자에서의 리라글루티드 3.0mg 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 사례도 소개됐다.
BMI 27kg/m2 이상의 당뇨병 전단계인 비만환자에서 리라글루티드 3.0mg의 치료 효과를 확인한 SCALE Obesity and Prediabetes 임상 연구에선 식습관 교정 및 운동을 병행하며 56주간 환자들을 관찰한 결과, 리라글루티드 3.0mg 치료군의 체중 감소율은 9.2%였다. 반면 위약군 체중은 3.5% 줄었다.
연구 종료 시점인 160주까지 잘 유지돼 리라글루티드 3.0mg 치료군의 최종 체중 감소율은 7.1% 였으며, 위약군의 경우 2.7% 감소율을 보였다.
당뇨병 발병 비율에서도 리라글루티드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3년 후 위약군의 46%에서 당뇨병이 발생한데 반해 리라글루티드 치료군의 경우 26%만이 당뇨병 전단계에서 당뇨병으로 진행됐다.
조영민 교수는 “시간제한 식이요법은 전 연령에서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하루 리듬과 맞지 않는 생활을 하는 야간 근로자의 경우에는 적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뇨병을 동반한 비만 환자는 식사 시간을 제한할 경우 저혈당 위험이 있다. 인슐린이나 설폰요소제를 처방받는 환자에게는 추천하지 않으며, 이 경우에는 식욕 억제를 위해 리라글루티드를 고려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