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병리 수가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디지털화에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하면 의료기관의 디지털 병리 도입은 사실상 요원하다. 정부의 정책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대한병리학회 의료정보연구회는 2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K룸에서 ‘디지털병리 가이드라인 권고안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디지털 병리는 디지털 스캐너를 사용해 병리 슬라이드를 디지털 영상으로 변환·저장하고 변환된 디지털 영상을 통해 병리 진단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발표된 가이드라인 권고안은 ▲디지털병리 가이드라인 개발 배경 목적 ▲적용범위 ▲기본용어 설명 ▲디지털병리 시스템에 사용되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려사항 ▲디지털 병리시스템의 성능 평가를 위한 지침 및 고려사항 ▲원격병리를 위한 지침 및 고려사항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장세진 대한병리학회 이사장은 "환자안전 제고를 위해서는 병리 디지털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병리 디지털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촉구했다.
장 이사장은 “병리는 단순히 슬라이드를 보는 것이 아니다. 환자 진료기록, 영상 정보, 과거 슬라이드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해 판단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디지털화가 이뤄지지 않아 제한적인 정보만을 활용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화가 이뤄지면 종합적인 진단이 가능해져 환자안전이 제고되고 제대로 된 정보를 진료에 제공할 수 있다. 비용편익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환자 안전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진단 정확도 향상 포함 환자들에 이익되는 근거 마련돼야"
이에 대해 패널로 참여한 이동우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사무관은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서는 디지털화를 통한 수혜 대상이 보험 가입자들이 돼야 하는 것에 더해 명확한 효용 입증과 여론 형성을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 사무관은 “단순히 디지털 데이터 아카이빙 차원에서 병원의 행정적 프로세스와 보관비용이 줄어든다는 방향만 부각된다면 건강보험 적용은 어려울 것”이라며 “진단 정확도가 더 올라간다거나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등 환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간다는 근거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단순히 의사들의 의료행위에 비해 비열등한 수준에 그친다면 이전에 유사한 사례들을 고려했을 때 건강보험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디지털화가 환자 진단과 치료에서 기존 의료행위에 비해 우수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사무관은 최근 이뤄진 소방관 국가직 전환을 예로 들며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 노력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김동욱 인피니티 헬스케어 대표이사는 “가장 실질적인 효용은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갈 때 슬라이드 분출이 용이해진다는 것”이라며 “최근 논문들에서는 데이터가 아카이빙 돼 있다보니 진단에 소요되는 시간이 하루 가량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고 말했다.
실제 디지털병리는 외국도 아직은 초기 단계다. 최근에는 전체 슬라이드 영상 진단이 기존 현미경 이용 병리진단과 일치도가 상당히 유사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진료 현장에서 디지털 병리의 사용이 의료행위로 인정됐다. 일본의 경우 작년 디지털 병리 시스템 수가를 보험체계에 포함했다.
김 대표는 일본을 예로 들며 “지놈 데이터와 디지털 병리 데이터 등을 함께 활용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디지털 병리화가 의학적·과학적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