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지방자치단체들의 감염병전문병원 유치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가 중부권·영남권 등에 ‘권역 감염병전문병원 구축 사업’을 시행하면서 병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나선 것이다.
26일 질본·의료계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22일까지 진행된 질본 공모에 충남대병원·단국대병원·충북대병원·순천향대천안병원(중부권) 등 4곳, 삼육부산병원·양산부산대병원·창원경상대병원·칠곡경북대병원·영남대병원·계명대대구동산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부산·영남권) 등 7곳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8조의2는 감염병 연구·예방, 전문가 양성 및 교육, 환자 진료 및 치료 등을 위한 시설, 인력 및 연구능력을 갖춘 감염병전문병원 또는 감염병연구병원을 설립하거나 지정해 운영토록 했다.
이에 따라 감염병전문병원으로 지정된 곳에는 개소당 408억 6700만원이 지원되는데, 36개 음압병실(6개 중환자실 포함) 및 2개 음압수술실 등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감염병전문병원 선정은 서면·현장평가 등을 거쳐 다음달 24일께 이뤄지고, 권역감염병전문병원 지정·고시(6월), 설계 및 사업추진(7월 이후)가 될 전망이다.
감염병전문병원은 코로나19 등 신종 감염병 확산 시 권역 내 환자 일시 격리 및 치료를 위한 전문 의료기관으로,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다. 평상시에는 결핵을 비롯해 호흡기환자 등 입원치료와 감염병 대응능력 제고를 위한 교육·연구기능도 병행한다.
현재 국내 감염병전문병원은 호남권에 조선대학교병원이 ‘유일무이’한 상태인데, 이마저도 오는 2023년경 설립될 전망이다. 당초 국립중앙의료원(NMC) 내 중앙감염병병원 설립·운영 등이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이전 문제 때문에 진행 상황이 지지부진하다.
지난 2016년 질병관리본부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5개 권역에 50병상 이상의 감염병 전문병원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2017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호남·중부·영남 등 3개 권역 35병상으로 규모가 축소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반전의 계기가 됐다. 메르스 사태 이후에도 지지부진하던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은 코로나19 사태와 2·3차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감염병전문병원과 국립 감염병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겠다”며 “공공보건의료체계와 감염병 대응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한편, 이들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지자체장이나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을 공언해 유치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NMC를 미군 공병단부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를 통해 2500만 수도권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국가 감염병 대응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인천 남동갑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내년도 예산에 인천 영종도 감염병전문병원 추진을 위한 설계비를 반영해 주민들을 위한 종합병원 역할까지 하도록 하겠다”고 했고, 박남춘 인천시장과 인천시의회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