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건강한 성인도 술을 마시면 심방세동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 건강을 과신하는 사이 심장은 보이지 않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는 얘기다
.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오세일·차명진 교수는 건강한 성인 1만9643명을 대상으로 음주와 심방세동 관계를 조사한 결과 음주자가 비음주자에 비해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2.2배 높았다고 7일 밝혔다.
연구팀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서 검진받은 19~74세 건강한 성인을 추적·관찰했다. 각종 검사와 문진을 통해 전반적 건강상태 및 음주량, 음주빈도를 파악했다.
전체 대상 중 160명에게서 심방세동이 관찰됐고, 음주자는 비음주자에 비해 심방세동 발생위험비가 2.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의 빈도도 중요했다. 음주자 중에서도 자주 폭음을 하는 사람은 가끔 가볍게 마시는 사람에 비해서 심방세동 위험이 3.2배 높았다.
특히 음주량과 심방세동 위험은 용량 의존적 관계, 즉 음주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위험이 높아지는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러한 경향은 남, 여 모두에게서 관찰됐지만 발생위험 상승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더 높았다.
음주가 건강에 안 좋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졌으며, 이전에 알코올과 심방세동 발생위험 관계를 조사한 연구도 있다.
다만 이번 연구는 기저질환, 수술이력, 복용약제가 없고 비만이 아닌 비교적 건강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조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심방세동을 야기할 수 있는 다른 원인을 최대한 배제하고, 순수하게 음주가 심방세동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한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비교적 건강하더라도 알코올 섭취만으로도 충분히 심방세동 발생위험이 높아진다. 건강을 과신하며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차명진 교수는 “건강한 성인이라도 과도한 음주는 심방세동 등 부정맥 발생 위험을 높인다”며 “잦은 과음을 피하고 잘못된 음주습관을 교정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부정맥학회 학술지 ‘하트 리듬(Heart Rhythm)’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