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포브스지에 따르면 최근 미국신경과학회가 시카고에서 개최한 ‘Neuroscience 2019’에서 Steven W.Barger 아칸소 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치매가 뇌(腦)의 당대사를 저해, 당뇨와 유사한 기전을 보인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실제로 Barger 교수에 따르면 치매에 걸린 쥐들은 동일한 신체 활동량과 식단하에서도 당뇨병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치매에 걸린 환자들이 종종 높은 혈당 수치를 보이는 것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최근 학계에서는 치매와 당뇨병의 연관성을 추측할 수 있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는 동시에 당뇨 치료제의 치매 증상 개선 여부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은 당뇨가 치매의 전조 증상인지, 아니면 혈당대사 이상이 치매에 의해 발생되는 것인지 확언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베일에 싸여있던 연결고리가 조금씩 규명되면서 두 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Sami Gabbouj 동핀란드 대학교 연구원은 ‘Neuroscience 2019’에서 전형적인 서구식 식단이 뇌의 인슐린 신호에 영향을 줘 기억력 손상을 더 악화시킨다는 최근 연구 결과에 대해 언급했다.
해당 연구는 지방과 치매의 강력한 유전적 요인인 APOE4를 보유한 쥐들에게 고지방 고탄수화물의 서구식 식단을 섭취케 하자 인슐린 신호가 감소하고 최종적으로 기억력 손상을 초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연구결과는 서구식 식단이 뇌의 에너지 대사량을 줄이고 APOE4와 같은 유전적 요인에 따른 치매에서 기억력 감퇴를 심화시킬 수 있음을 시사했다.
Shannon L.Macauley 웨이크포레스트 약학대학교 박사도 혈당대사와 치매 관련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치매 쥐들에게 있어 인지기능 저하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내당능 문제와 비정상적인 수면 패턴이 흔히 발견됐다.
제2형 당뇨와 비정상적 수면 패턴이 치매에 대한 유전적 요인을 가진 이들에게 위험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와 관련,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 환자들의 치매 발병률이 일반 사람들보다 높다”며 “당뇨와 치매의 기작이 유사해 일부 의사들이 치매를 제3형 당뇨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근래들어서는 당뇨 합병증도 치매 발병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제2형 당뇨병은 뇌졸중 등 다양한 죽상경화성 질환을 유발하는데 이는 치매 발생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로 꼽힌다.
김수경 분당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이 치매에 미치는 영향 및 예방법’이라는 논문에서 두 질환 간 연관성은 “알츠하이머병보다는 혈관성 치매와 더 밀접한 것 같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혈관질환 발생을 예방하거나 적절히 치료하며 당뇨병 환자의 대사상태를 정상으로 유지토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여러 연구결과들이 당뇨병과 치매 사이에 상관성을 시사하는 가운데 당뇨병 약제가 치매 환자들에게 어떤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인지에 대한 임상시험도 최근에는 실시되고 있다.
미국 캔자스 알츠하이머센터는 치매 환자들에게 다파글리필로진을 복용케 해서 뇌의 에너지 수준과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파글리필로진은 미국 FDA가 승인한 제2형 당뇨병 약제로 신장에서 포도당이 재흡수되는 것을 막아 포도당을 분해하는 신체의 능력을 높이고 혈당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캔자스 알츠하이머센터가 설계하고 아스트라제네카社가 후원하는 이 연구에서 치매 환자들은 12주 동안 매일 다파글리필로진 10mg을 복용하게 된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신진대사 변화가 뇌건강과 뇌질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할 계획이다.
또 이충 중화의대 Chieh-Hsiang Lu 교수가 유럽당뇨병학회 저널 ‘Diabetologia’에 당뇨약인 글리타존 계열 약물의 치매 개선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세브란스병원 차봉수 내분비내과 교수가 피오글리타존이 치매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