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학제적 접근 기반 원할한 협력과 아산맨이란 자부심·열정이 원동력"
서울아산병원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 병원으로 꼽힌다. 특히 심장병원은 암병원과 함께 서울아산병원의 양대산맥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전문성과 차별화된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은 지난 1989년 6월 심장센터로 시작해, 2009년 심장병원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질환 중심의 다학제적 접근을 통한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협심증심근경색센터 △판막질환센터 △심방세동센터 △대동맥질환센터 △심부전심장이식센터 △심장병예방재활센터 △말초혈관질환센터 △심장영상센터 등 8개 전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이를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국내 최고 수준의 하이브리드 수술실, 심장수술실 및 심장검사실 등 최첨단 의료시설 확보는 물론 24시간 365일 심장질환의 신속한 치료를 위한 체계적인 응급의료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진료를 받은 외래 환자는 19만여 명, 입원환자는 6만여 명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관상동맥스텐트시술, 말초혈관스텐트시술, 대동맥질환스텐트시술, 부정맥 전극도자술 등 전체 시술 건수 8,083건, 관상동맥우회술, 심장판막수술, 대동맥수술, 심장이식, 경동맥 등 말초혈관 수술 등 전체 수술 약 1300건 등 방대한 수술-시술 건수를 자랑한다.
3세대 인공심장이식(심실보조장치 삽입술)도 3명에게 시행하는 등 신의료기술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러다보니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은 내과, 외과 구분 없이 최고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는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5000례 이상의 심장수술을 시행한 개심술의 대가이자 3대 심장병원장인 흉부외과 정철현 교수를 만나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의 강점부터 흉부외과의 고충, 유행하는 수술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서울아산 심장병원만의 강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아산 심장병원의 특징은 각 과끼리 소통이 원활하고 협력적이다. 치료라는 것은 한쪽으로, 극단으로 갈 수도 있다. 가령 외과 수술하러 온 환자 중에 내과 치료가 적합하다면 내과에 소개해주기도 한다. 반대로 내과 진료를 받으러 왔는데 수술이 적합한 환자라면 외과로 보내주기도 한다."
Q. 그렇게 되면 환자는 진료 날짜를 다시 잡아야 하는 불편함이 생기지 않나
"보통 다른 병원들은 그렇게 되지만 우리는 가능하면 당일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하루 만 명에 가까운 외래환자가 오는데 예약 없이는 사실상 진료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 심장병원 안에서는 연결해서 다른 과에서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Q. 외과, 내과, 혈관외과를 비롯해 전문센터도 8개가 있다. 유기적인 협력이 쉽지 않을텐데
"우리의 강점 중 하나가 다학제적 접근을 한다는 것이다. 가령 폐암환자가 있으면 수술도 해야 하지만, 수술 전에 방사선치료를 할 수 있고 수술이 끝나고 항암치료를 진행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것을 따로따로 돌려서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과의 의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의논하고 치료법을 찾아간다. 함께 수술하거나 수술 전후로 긴밀하게 협력하는 등 문제점을 해결하는 기능적인 장점이 있다."
Q. 드라마 같은 데서는 외과와 내과 간 갈등이 상당히 심하게 나오기도 한다. 병원 내 주도권이나 새 수술법 활용 등 다양한 문제를 놓고 환자가 피해보는 경우도 연출되던데
"실제로 병원마다 그러한 갈등이 있다. 시술과 수술을 놓고 얘기하자면, 가령 어떤 병원은 수술을 극단적으로 꺼리고 시술을 하려고 한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고. 그러다보니 의료진이 서로를 믿지 못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경우도 있다."
Q. 박승정 교수, 김재중 교수 등 1~2대 심장병원장은 내과 출신이었는데 이번에 첫 외과출신 심장병원장이 나왔다.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 외과 출신으로서 앞으로 심장병원을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지
"외과출신으로는 제가 처음으로 맡게 됐다. 너무 한쪽으로 치우칠까봐 하는 차원에서 배려한 것으로 생각된다. 일단 새로 완장 찼다고 기존과 크게 다른 그런 운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때까지 했던 것에 대한 부가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결국 여기 의료진 하나하나가 다 우수하다. 각자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컨트롤타워가 있어서 1 더하기 1은 2가 아니라 3이 되게 하는 것이 병원장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Q. 흉부외과의 경우 드라마에서는 화려하게 나오지만 현실은 상황이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전공의 모집도 어렵고 점차 지원자도 줄어드는 추세인데 아산을 어떤지
"경쟁사회와 자본주의에서 일은 더 힘들고 위험하고 자기 시간 뺏기는데 보상이 똑같으면 누가 하겠는가. 그럼에도 한다는 것은 바보거나 신념이 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서양 선진국은 흉부외과 의사의 월급이 우리보다 3~4배는 더 많다. 당연히 그처럼 보상이 있으니 오히려 흉부외과의 인기가 높다. 반면 우리나라는 오전 9시 출근해서 5시에 퇴근하는 의사랑 호봉도 월급도 똑같은 반면 고충은 훨씬 크다."
Q. 다른 수술도 마찬가지겠지만, 심장은 생명과 직결되는 핵심 장기다. 수술실패 시 환자들과의 충돌도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흉부외과의 장점이라면 희소성에 있다는 것이다. 전공의만 되면 독보적인 존재가 될 수 있어 자부심이 상당하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는 의사들이 환자로부터 위험을 자주 느낀다. 가령 환자가 멀쩡하게 왔는데 병원에서 수술받아 죽었다며 욕먹고 멱살 잡히는 것은 다반사고, 칼부림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면 자부심보다는 두려움이 앞서기도 한다. 이런 위험에 대한 완충을 국가에서 해줄 필요가 있다."
Q. 현재 정부나 제도적인 지원은 어떻다고 보는가
"최근에 국가에서 흉부외과 등 비인기과목에 대한 기금같은 것이 생겼지만, 굉장히 부족하다. 좋은 인력이 들어오지 않으면 흉부외과는 사람이 없다. 병원이나 의료공급자 차원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흉부외과가 활성화되려면 이런 부분을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일해도 여전히 힘들고, 계속 응급환자만 있고 위험도는 높은데 보상이 같으면 누가 하겠는가. 제도적 뒷받침이 없으면 미래는 자명하다."
Q. 유행하는 심장수술이나 원장님이 주로 하는 수술은 어떤 것이 있는지 소개 부탁
"성인심장 수술은 관상동맥수술, 판막수술, 대동맥수술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리는 의료진이 많다보니 여러 사람이 여러 수술을 하는 것보다는 나눠서 전문화하는게 환자에게도 좋을 것이라 본다. 저는 막힌 혈관을 우회해서 연결하는 관상동맥 우회술을 주로 한다. 최근에는 말기 심부전 환자에 대한 수술도 한다. 보통 나이가 들어서 심부전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최근에는 젊은 나이에도 거리기도 한다. 약물로 치료가 되면 좋겠지만, 심장이식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다."
Q. 심장이식의 경우 기증자를 찾는 것이 굉장히 어려울텐데
"심장은 일부 기증이 가능한 콩팥이나 간과 달리 기증하는 순간 사망하기 때문에 도너가 굉장히 제한적이다. 주로 뇌사자 중심으로 기증이 이뤄진다. 그러다보니 기다리는 환자보다 기부하는 심장이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환자의 위급 정도에 따라 순서가 정해진다. 다소 위급하지 않은 환자는 1~2년 기다리다 사망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리고 70세 이상 고령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심장을 기증받기 힘들다."
Q. 기증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안이 있다면
"인공심장보조장치가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서양에서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막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서울병원하고 서울아산병원 두 군데뿐이다. 가장 큰 문제는 보험이 전혀 적용되지 않아 가격이 너무 비싸다. 기계 가격만 1억 5천만원에 달한다."
Q.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이미 세 차례 인공심장이식을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는 인공심장보조장치 활성화를 위해 기금을 5억 받아 3명에게 무료로 시술했다. 하지만 계속 무료로 할 수는 없어서 지난 8월 마지막 시술을 하고, 이제는 환자 본인이 내야 한다. 우리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얘기를 해서 보험 쪽으로 수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향후 5~10년 내에는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형편이 넉넉지 않은 환자를 위해서 결국 정부가 보험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Q.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서울아산병원의 장점은 협력이 잘 된다는 것도 있지만, 구성원들이 열정적으로 일을 한다. 왜냐하면 이곳에서 본인이 잘하면 국내 최고가 되고 세계에서도 톱수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자부심이 있고 또 목표를 향해 의료진이 스스로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아산의 힘이 아닐까 싶다. 나도 매일 아침 6시반에 출근을 할 정도로 서로에게 자극이 되는 경향도 있다."
◆ 서울아산병원 정철현 심장병원장
정철현 원장은 1986년 서울대의대를 졸업했으며 1996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의학 석사, 2000년 의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1년 흉부외과 임상과장을 거쳐 2017년 1월 심장병원장에 취임했다.
정 원장은 관상동맥 우회술, 판막수술, 대동맥 수술, 대동맥 하이브리드 수술 등 연간 250 ~ 300례의 심장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심장수술을 처음 시행한 1994년부터 합치면 지금까지 약 5000례의 개심수술의 기록을 갖고 있다.
거의 모든 관상동맥 우회술을 심폐기 도움 없이 시행하는 기법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대동맥 수술 시 초저체온법을 통한 총순환정지 대신 액와동맥을 이용한 단측 뇌혈류 순환기법을 국내 최초로 정착시켰다.
또한 대동맥궁류를 포함한 대동맥 질환에서 하이브리드 수술을 국내에서 최초로 시행하고 활성화 시키는데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