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가이드라인 변화···SGLT-2 對 DPP-4 '희비' 교차
국내 당뇨시장 40% 차지해온 DPP-4 억제제 매출 위축 전망
2019.05.21 05:2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2019년 한국형 당뇨병 진료지침이 발표됨에 따라 경구용 당뇨치료제 계열별로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심장보호 혜택이 있는 SGLT-2 억제제는 약진하고, DPP-4억제제는 주춤할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당뇨병학회가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동반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입증된 SGLT-2 억제제와 GLP-1 제제를 우선 고려토록 권고한다"고 가이드라인에 명시했다.

당뇨환자가 메트포르민으로 2~3개월 내 목표 혈당조절에 실패하면 작용기전이 다른 약제를 병합해 사용하게 된다. 이때 관상동맥질환, 심근경색 등 고위험 심장질환 동반 환자에서 SGLT-2 억제제 사용을 권한 것이다.

고승현 가톨릭의대 내과 교수는 "메타분석 결과 SGLT-2억제제는 플라시보 대비 DPP-4억제제나 설포닐유레아, TZD보다 혈당, 수축기혈압 조절, 체중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며 "심혈관계 관련 사망,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MACE 위험 등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고 말했다.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을 계기로 많은 당뇨병 환자들에서 SGLT-2 억제제 처방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현재 국내 시판 중인 SGLT-2 억제제는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 스테글라트로(성분명 얼투글리플로진), 슈글렛(성분명 이프라글리플로진) 등 4종이다.

이중 심혈관질환 예방 근거가 있는 약물은 '포시가'와 '자디앙' 두 종이다. 같은 계열이라 하더라도 심혈관질환 혜택 여부에 따라 운명이 갈릴 수 있는 것이다.

학회에 따르면 SGLT-2 억제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2014년 821명에서 2015년 5660명, 2016년 1만1659명으로 같은 기간 14배 이상 증가했다.

자연히 SGLT-2억제제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의약품 시장 조사업체인 유비스트에 따르면 2018년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치료제 원외처방액은 649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시장 1위인 포시가는 지난해 원외처방액 27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59% 성장했다. 복합제인 직듀오 역시 121억원으로 전년보다 2배 이상 처방액이 늘었다.

자디앙 역시 전년 대비 66.1% 증가한 206억원의 원외처방액을 올렸다. ‘자디앙듀오’도 약 24억원 처방돼 두 제품 실적이 23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아스텔라스의 '슈글렛'은 하향세를 보였고, 가장 늦게 시장에 발을 내밀었지만 심혈관계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MSD·화이자제약의 스테글라트로도 계열 효과를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당뇨치료제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DPP-4 억제제 계열 역시 위상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측된다.

강은석 연세의대 내분비내과 교수는 내분비학회에서 "국내 전체 당뇨치료제 시장에서 DPP-4 억제제가 40% 이상(5000억원대 규모)을 차지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DPP-4가 사랑 받는 이유는 메트포민은 위장관 부작용, 설포닐유레아는 저혈당 우려 등 계열마다 단점이 있다보니 그나마 DPP-4 억제제가 안전하고 손쉽게 쓸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그러나 미국과 유럽 당뇨병 가이드라인 변화로 DPP-4 억제제 위상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심혈관질환과 심부전에 혜택이 있는 SGLT-2 억제제나 GLP-1 제제는 입지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DPP-4억제제는 기존 설포닐유레아와 비교했을 때 저혈당 우려가 적고 식후 고혈당이 관리된다는 측면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부상하는 SGLT-2억제제에게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DPP-4계열의 경우 MSD, 베링거인겔하임과 같은 다국적 제약사는 물론 국내 제약사들도 적극 뛰어들어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두주자인 MSD 자누비아 패밀리의 원외처방액은 2018년 1535억원, 베링거인겔하임의 '트라젠타 패밀리'는 1119억원을 기록했다.

이들을 추격 중인 LG화학 제미글로 패밀리는 작년 858억원 처방됐고, 한독 테넬리아패밀리는297억원, JW중외제약 가드렛 패밀리는 120억원, 그리고 동아에스티의 슈가논 패밀리가 95억원의 원외처방액을 올렸다.

국내제약사 관계자는 "당뇨병학회에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만큼 일선 현장에서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향후 3~5년은 큰 타격은 없겠지만, 시간이 더 지난다면 DPP-4 억제제 위상이 지금과는 다른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사 차원에서도 대비책으로 SGLT-2 억제제 계열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며 "국내 제약사들의 경우 SGLT-2 억제제의 처방 권고가 장기적으로는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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