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전화진찰 허용 '특혜 or 기우'
醫 '원격의료도 모르는 사람이 정책 입안'…복지부·삼성 '환자 기피 등 배려 필요'
2015.06.18 20:00 댓글쓰기

"이번에 다시 한 번 복지부의 속내가 드러났다. 원격의료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정책 입안자라니, 공부를 좀 하시라."

 

"이게 어떻게 원격의료냐. 더욱이 의원이 직접적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니니 상관없다고 본다. 당장 환자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다." 


정부가 삼성서울병원의 부분 폐쇄로 인한 환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한시적으로 재진 환자들이 담당의사와 전화통화를 통해 진찰과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거칠게 대립할 조짐이다.

 

醫 "메르스 정국 혼란 틈탄 복지부 속내"

 

18일 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의 건의를 수용해 기존 환자의 외래진료(재진)에 한해 전화 진찰과 약국으로의 처방전 팩스 발송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추가 사망자 발생, 의료진 감염 증가세, 심지어 투석실 환자까지 대거 감염에 노출되는 등 혼란이 거듭되고 있는 '메르스 정국' 속에서 삼성서울병원 특혜라는 주장은 의료계는 물론, 국회 차원에서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미 지난 8일 새누리당 유승민 원대내표는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원격진료 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논의하겠다", 같은 당 김무성 대표 역시 "이럴 때 원격진료 시스템이 시행됐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언급한 바 있어 논란은 가열될 전망이다.

 

우선, 의료계가 화들짝 놀랐다. 복지부가 원격의료 도입을 시도하는 것이 분명하다는 판단에서다.

 

의협 강청희 부회장은 "이 틈을 이용해 복지부가 얼렁뚱땅 원격의료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며 "담당 주무관은 '본인은 결코 전화 진찰을 원격의료로 보지 않는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강 부회장은 "종합병원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에 허용한 것이지 의원은 무관하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며 "환자 진료를 위해 사투를 벌이며 고통을 겪고 있는 개원의들을 폄훼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강 부회장은 "되도록이면 메르스 사태의 빠른 종식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협조한 것"이라면서 "그런 와중에 원격의료를 들고 나오는 정부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서울병원 특혜 시비…야당도 비난

 

지금까지 원격의료 도입 허용과 관련, 지속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해 왔던 국회 차원의 목소리도 이날따라 더 거세게 일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복지부가 삼성서울병원에 원격의료를 '일시허용'한 것은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과 같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메르스저지특별위원회는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삼성서울병원장을 불러 강하게 질책했는데 바로 다음날 해당 병원의 요구를 수용해 원격의료와 같은 특혜적 조치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특위는 "전격 허용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태다. 박 대통령의 삼성서울병원장 질책은 쇼였나"라고 반문했다.

 

특위는 "오만과 무능으로 병원 감염을 숨기려다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은 자숙해야 할 대상이지 특혜를 받을 대상이 아니다"고 화살을 돌렸다.

 

그러면서 "복지부는 현행 의료법을 어겨가면서까지 환자를 보지도 않고 전화만으로 진료하고 처방할 수 있는 특혜를 삼성서울병원에 부여하는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복지부·삼성서울병원 "한시적 도입 목적 이해해야" 


이 같은 원격의료 논란에 대해 복지부는 대면진료가 아닌 것은 인정하면서도 원격의료는 아니라는 모호한 입장을 내놨다.


메르스 사태에 이어 원격의료 논란까지 휩싸인 삼성서울병원 역시 환자 불편 해소라는 목적에 집중해야한다고 일축했다.


복지부는 "대면진료가 아닌 것은 확실하지만 원격의료를 염두하고 시행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원격의료는 나아가 정보통신 기기를 활용해 재진환자, 만성질환자를 진료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원격의료와 관련,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영상 진료 등 복지부가 추진 중인 정책의 일환으로 정의한 것이다.


당초 일부 특수 외래환자(항암주사, 방사선치료, 혈액투석환자) 외에는 다른 의료기관을 이용하도록 유도했지만 일부 의료기관에서 '삼성서울병원을 다니던 환자'라는 이유로 진료를 기피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내린 특단의 조치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환자와 의사 간 전화통화로 진료·처방을 하고 경우에 따라 내용을 변경하거나 팩스를 통해 처방전을 발급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원격의료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영상이나 사진을 이용한 진료가 아니다. 다만 동일 의약품 처방 비중은 높을 수 있다"고 전제했다.


 

복지부는 "동일약 처방은 의사로서 어렵지 않은 일이다. 추가 처방을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처방은 대면진료 후 하는 게 맞다. 추가 처방이 이뤄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상이나 사진보다 정보통신 기기 활용 수준이 낮은 '전화통화'로 이뤄지고 기존과 비슷한 처방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적극적인 진료 행위는 아니기 때문에 원격의료는 아니라는 거듭된 주장이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거나 경유해 타격을 입은 다른 의료기관으로의 확대 적용 우려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일축했다. 제한적이고 한시적인 조치라는 것을 강조했다.


복지부는 "이는 삼성서울병원에만 적용된다. 다른 지침은 없다. 피해 의료기관에 모두 적용하면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 다른 방법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삼성서울병원 역시 복지부와 뜻을 같이했다. 원격의료 논란은 복지부 조치의 본래 취지를 파악하지 못한 해석 탓에 비롯됐다는 생각이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왜 원격의료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외래환자의 진료 연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라며 "나머지 환자들도 살려야한다. 제도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상하고 엉뚱하다. 과도한 해석"이라고 답답함을 피력했다.  


정숙경·민정혜 기자 (jsk6931@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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