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신약 개발 트렌드가 항암,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옮겨졌다. 만성질환 중에선 당뇨병 치료제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장기지속형 인슐린, 부작용을 크게 줄인 DPP-4 억제제, 심부전 치료제로 거듭난 SGLT-2억제제, 주 1회 투약 시대를 연 GLP-1 유사체까지 이전의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약제들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치료옵션에도 불구하고 당뇨병 환자의 목표혈당 도달률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당뇨병학회 조사에서 국내 혈당 조절률은 여전히 3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당뇨병환자가 스스로 병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비율이 70% 수준에 그쳤으며 이마저도 절반만 치료 받는다.
당뇨병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 의지와 함께 진단 초기부터 강력한 옵션을 사용해 적극적으로 혈당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메트포르민으로 시작해 점차 용량과 약제의 가짓수를 늘리고, 이후 인슐린으로 넘어가는 전통적인 방법보다 최근에는 처음부터 강력하게 혈당을 떨어뜨릴 수 있는 옵션이 선호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임상의는 “다양한 옵션 가운데 인슐린은 혈당강하 효과가 가장 강력한 약제”라며 “특히 초기에 인슐린을 사용해 강력하게 혈당을 낮추면 베타셀 기능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고, 관해를 이룰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인슐린에 대한 맹목적인 거부감이 크고, 환자들을 설득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아서 인슐린외 옵션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주요 가이드라인이 비(非)인슐린 옵션으로 목표혈당에 이르지 못할 경우 빠르게 인슐린을 선택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것과 달리 실제 인슐린 처방률은 갈수록 줄어들어 한자릿수로 낮아졌다. 오히려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지 않는 조합의 경구제를 처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환자들이 인슐린을 거부하는 이유는 주사제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저혈당에 대한 두려움, 인슐린 치료가 마지노선이라는 막연한 우려감 등에 기인한다.
특히 의료진의 적극적인 설득으로 어렵게 인슐린 치료에 나선 환자들 중에서도 초기 적정용량 기간에 저혈당이 발생하면 이내 인슐린 치료를 포기하거나 적정용량보다 적은 양으로 낮추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적정용량 기간에 저혈당 발생 위험이 적은 약제를 선택하는 것도 인슐린 순응도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인슐린 내에서도 옵션은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장기지속형 인슐린에서도 투약 시간에 여유를 주고, 저혈당의 위험을 낮춘 2세대 인슐린들이 등장, 자웅을 겨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피크 타임을 앞당긴 속효성 인슐린, 인슐린에 GLP-1 유사체를 결합한 통합제제 등 인슐린의 무한 변신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교수는 “환자에 따라 피크가 조금 더 있는 1세대 인슐린이 필요한 경우가 있고, 2세대 인슐린으로는 혈당이 잘 안떨어지는 환자도 있다. 2세대 인슐린 등장으로 다양한 패턴의 환자에 더 좋은 무기들이 생긴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의미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