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구교윤 기자] 소아청소년과에 기적은 없었다. 마지막 희망인 2023년도 레지던트 1년차 추가모집에서 역시 지원자 0명 퍼레이드를 이어가며 참패를 면치 못했다.
지방중소병원은 물론 빅5병원 마저 경쟁률 미달이 속출하며 향후 소아청소년과 위기감이 한 층 더 심화됐다.
데일리메디가 2023년도 레지던트 1년차 추가모집 마감일인 13일 전국 수련병원 60곳을 분석한 결과, 소아청소년과는 총정원 163명에 20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 0.12대 1을 기록했다.
빅5병원은 물론 전국 주요 대학병원에서 미달 사태가 속출했으며, 지원자가 ‘제로(0)’로 나타난 병원이 상당수였다.
이번 전공의 모집에서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만 정원보다 많은 지원자를 확보하며 선전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서울병원은 정원 2명에 지원자 3명을 확보했으며, 서울대병원은 정원 4명에 6명이 몰렸다.
하지만 세브란스병원은 11명 모집에 지원자가 4명에 불과했으며, 가톨릭중앙의료원은 11명 모집에 지원자 단 1명으로 씁쓸한 성적표를 받았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12월 전반기 모집에서 충분한 지원자를 확보해 이번 추가모집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뽑지 않았다.
수도권 병원 역시 사정은 같았는데 한림대강동성심병원은 2명 모집에 1명 지원, 아주대병원 3명 모집에 1명 지원, 이대목동병원 3명 모집에 1명 지원을 제외한 수도권 수련병원은 전공의 단 한 명의 선택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강동경희대병원 ▲건국대병원 ▲경희대병원 ▲길병원 ▲노원을지대병원 ▲명지병원 ▲서울의료원 ▲순천향대서울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인제대상계백병원 ▲분당차병원 ▲중앙대병원 ▲한양대병원 등은 지원자가 전무(全無)했다.
길병원의 경우는 소아청소년과 인력부족으로 소아입원진료를 폐쇄해 의료인력 1명 수급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추가인력 확보에 실패했다.
전공의 지원서를 단 한 장도 받지 못한 A수련병원 관계자는 “소아청소년과를 포함 이번 추가모집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다”며 “진료과가 모두 기피과목이라 사실 병원에서도 큰 기대는 없었지만 기피현상이 너무 심각해 우려가 크다”고 토로했다.
지방병원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부산성모병원과 울산대병원이 각각 정원 2명을 내걸어 지원자 1명씩을 확보했다.
지방대병원 중에서는 전남대병원에 유일하게 전공의 한 명이 지원서를 냈다.
하지만 그 외 강원대병원, 건양대병원, 경북대병원, 경상국립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단국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동국대일산병원, 부산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순천향대부천병원, 예수병원, 원광대병원 등은 단 한 명의 지원자도 받지 못했다.
나영호 회장 “예상했지만 씁쓸한 결과, 상급종합병원 전문의‧전공의 인력난 심각”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나영호 회장은 이번 전공의 모집 결과를 두고 “지원율 저조를 예상했지만 씁쓸하다”고 표현했다.
나영호 회장은 “변화한 것이 없기 때문에 지원하지 않은 병원은 계속해서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대병원 등 일부만 충원에 성공한 수준인데 사실 애초부터 큰 기대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소아청소년과 전체 의사수를 보면 충분할 수 있지만 중증질환 진료가 이뤄지는 상급종합병원은 해당되지 않는 얘기”라며 “상급종합병원은 전문의와 전공의 모두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보건당국과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특별히 마련된 대안책은 아직 없다”며 “하지만 정부가 학회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어 앞으로도 대화 창구를 열어두고 상황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