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醫, 의대 증원 대립 원인 '비정상 의료시스템'
공공·민간 비정상적 구조 고착되고 필수의료 진료과 등 장기간 희생
2024.04.25 16:44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의대정원 확대로 정부와 의료계 간 대치가 장기화 중인 가운데 국내 의료시스템의 비정상적 구조가 핵심 요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국내 의료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로 형식은 공공이지만, 내용은 민간 중심인 탓에 정부와 의료계 간 불공정한 경쟁 관계가 형성됐으며 현재 이런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의대 증원 이슈도 서로 다른 행위자 희생이 요구되는 상대적 성취(relative achievement)에 놓여 양극단의 '부익부 빈익빈'을 유발, 협상 난항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견직 한림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시스템 사고로 본 의대 정원 이슈 고찰’을 발표하고 의료시스템의 근본적인 구조 개편을 제언했다.


핵심은 공공과 민간의 비정상적 이중 구조가 의료시스템 불안정성을 야기했으므로 ‘의료 본연의 가치는 어디에 둬야 하는가’를 전제로 근본적 구조 개혁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정부와 의료계는 서로 자기 역할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한국 의료시스템 특수성을 직시해야 한다”며 “공적 영역인 정부는 공공성 강화, 민간 영역인 의료계는 신분 안정 추구가 자기 역할로 한정된다”고 분석했다. 


"한국 의료시스템, 규제자(정부)와 피규제자(의료계) 상대적 관계로 인해 제로섬 상황"


현재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규제자(정부)와 피규제자(의료계)라는 상대적 관계로 인해 제로섬 상황에 놓였고, 이에 시스템 전체가 장기 불안정성에 노출됐다는 견해다. 


정부와 의료계 관계뿐 아니라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료기관 규모와 위치에 따라서도 동일 구조임은 물론 환자와 의료계도 해당 구조 속에 놓여 있다고 해석했다.


즉, 의료전달체계를 민간 중심으로 설계한 데 따른 한계이자 의료전달체계를 정상적으로 확립하지 못한 대가라는 판단이다.


이 교수는 “여기에 행위별수가제라는 시장 친화적인 진료비 지불제도가 더해져 환자와 의료계의 악순환 관계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직업인으로서 의사를 존중하는 일반인을 찾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 구조에 있다”고 꼬집었다. 


"의료계를 바라보는 정부 시각 변화가 급선무" 


그는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를 바라보는 구조의 시각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의료계에 대한 정부의 시각 변화가 급선무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정부는 의료전달체계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간 영역을 단순 자원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이해관계자’ 관점으로 전환하고 악순환을 끊기 위해 상대적인 강자 입장에서 스스로 규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정부, 의료계, 지자체와 대학이 의대 정원 이슈에 하나의 거대 구조로 연계됨에 따라 병목 지점이 되는 지자체와 대학의 상생 경로 확보를 제안했다. 지자체로 이전을 계획 중인 대학재정 지원사업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모든 의료행위는 의료시스템이라는 구조의 산물이기에 모든 행위를 관리한다는 관점을 고수하면  향후 악영향은 감당키 어려운 수준이라고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의료 행정관리비용을 줄여야 한다. 이것이 의료시스템 상생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길이며 치솟는 건강보험재정 악화에 구조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필수의료 강화 정책보다 더 근본적인 대처로 의료정책 레버리지를 집중적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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