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한 운영 및 부실한 조직 관리로 홍역을 치뤘던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이번엔 이사장의 일탈 논란으로 시끄럽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례적으로 산하기관에 메스를 들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3일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회에 김필여 이사장[사진] 해임 요구를 담은 공문을 전달했다.
식약처는 김필여 이사장이 최근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하는 행위를 하고, 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 임원으로서의 직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있다고 판단, 해임을 요구키로 했다.
이에 따라 마약퇴치운동본부는 오는 31일 이사회를 열고 김필여 이사장 해임안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한 의류 매장에서 12만원 상당의 의류를 절도했다. 이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경기 안양을 당협위원장을 겸임 중인 김 이사장에게 당원권 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 사실이 알려져지자 마약퇴치운동본부 감사단도 김필여 이사장에게 사퇴요구서를 전달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절도 사건에 대한 해명에만 집중할 뿐 거취에 대해 함구했다.
김필여 여사장은 "해당 사건은 고의적으로 옷을 절도한 게 아니며, 오해로 불거진 것"이라며 "옷값은 이미 지불했다"라고 억울한 입장을 피력했다.
마약퇴치운동본부는 지난해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작년 식약처 감사를 통해 방만한 경영에 대한 조직 혁신 요구를 받은 바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마약퇴치운동본부 직원들의 잦은 이직이 문제로 지목, 질타를 받기도 했다. 식약처가 산하기관 내 교통정리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마약중독 관리 및 예방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고 정부와 정치권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마약퇴치운동본부 위상이 실추되는 사건은 조직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문제를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논란의 중심에 선 김필여 이사장을 규정에 따라 해임을 요구했다"며 "조직 쇄신 및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약업계에서도 이 사건에 주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직을 약사들이 명예직으로 맡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가 김필여 이사장 거취에 직접 개입한 것은 이례적인 결정"이라며 "그만큼 이 사안이 심각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기금 관리 등의 문제로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며 "정부로부터 인건비나 예산 등을 지원받으려면 지금처럼 운영해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