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료기기(DTx)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별도 건강보험 급여 등재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근본적인 특성이 다른 디지털 치료기기를 기존 의료행위, 치료재료와 동일한 범주에 포함시킬 경우 기존 급여관리 방식 정합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진수 아이앤아이리서치 대표는 최근 벤처기업협회 산하 디지털헬스케어정책위원회가 주관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분야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수가화 방안을 발표하며 이 같이 말했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의학정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 Software as Medical Device)를 말한다.
국내에서도 지난 2월 에임메드 '솜즈'가 국내 1호 디지털 치료기기로 허가를 받았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기존 의료 기술과 다른 치료 수단이기에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한 이후, 보건복지부 건강보험 급여 등재 절차를 거쳐 수가를 받을 수 있다.
이에 포함되지 못할 경우 공적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관련 비용을 전부를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날 이진수 대표는 "디지털 헬스 영역이 점점 확장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할 때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해 초기 단계부터 별도 급여 등재 프레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독일이나 미국 등에서는 디지털 치료기기를 약제급여와 유사한 방식으로 제공하면서도 이를 약제목록이 아닌 별도의 급여 등재 프레임을 구축하고 있다.
이 대표는 "기존 등재절차를 적용하는 경우에도 디지털 치료기기에 요구되는 별도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별도 급여 등재 프레임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근본적이 특성이 다른 디지털 치료기기를 기존 급여 등재 프레임에 적용할 경우 급여관리 방식 정합성을 해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구체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 ▲요양급여비급여 여부 확인 ▲신의료기술평가 ▲요양급여 결정 순으로 진행되는 기존 등재 절차를 따르되 디지털 치료기기 특성을 반영한 세부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디지털 치료기기는 비교 가능한 항목이 없어 업계에서는 디지털 치료기기 표준치료가 되는 의료행위 수가를 준용해 상한금액을 설정하자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다만 의료행위 수가는 행위에 투입되는 의료인력 시간이 크게 반영돼 있어 치료 요소를 반복적으로 적용 가능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에 그대로 적응하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크다.
특히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한 초기 환자 교육 및 상담은 의료기관에서 별도 발생하는 진료비용으로 추가적인 보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이 대표는 별도 등재 절차를 구축하는 과정이 오히려 디지털 치료기기 건강보험 진입 시점을 늦추고 환자 편익이나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점도 언급하며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당부했다.
이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 인허가 완화 방안 필요성도 언급했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필연적으로 약품과 의료기기 혹은 의약외품 등 2개 이상 규제 요소가 가지는 특성을 한 개 상품이 동시에 보유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행 약사법과 의료기기법에서는 약품과 의료기기가 결합해 병존하는 융복합 상품 규제체계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디지털 치료기기는 의약품과 의료기기 결합체로서 관련 인허가 요건을 적용해 심사하기 위해서는 법령상 근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규제 해소 방안으로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도입과 보건의료데이터 정책 논의를 위한 국무총리 산하 디지털 헬스케어 정책심의위원회 신설 방안 등이 제시됐다.
송승재 벤처기업협회 디지털헬스케어정책위원장은 "디지털 헬스케어는 정부가 지원하고 민간이 주도해야만 성장할 수 있는 규제 산업"이라면서 "업계 의견을 청취해 벤처기업이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